비싸진 달러값에 직격탄 맞은 부산 중기

입력 : 2025-11-25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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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벌써 1500원 육박
수입 의존 높은 제조업 큰 타격
환헤지 등 위험관리 수단 없어
여행 심리 냉각·고물가 우려도

환율 147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 147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부산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 산업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납품하거나 다시 수출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높을수록 채산성이 나빠진다. 연초부터 뛰기 시작한 환율이 장기화 조짐을 보여 위기감이 더 높다.

■수입 의존 높은 부산 제조업 직격

부산 경제가 고환율에 유독 취약한 이유는 ‘가공 무역’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다. 부산본부세관의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 지역 수입 물량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원자재 및 중간재다. 올 들어 10월까지 부산 누적 수입액 123억 6500만 달러 가운데 원자재 수입액은 46억 9900만 달러로 전체의 38% 수준에 달한다.

세부 품목별로는 철강재가 19억 300만 달러로 비중이 가장 컸고, 화공품(7억 9400만 달러)이나 비철금속(4억 2500만 달러)도 주요 수입 품목이다.

이들 수입품은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 철강 등 부산 3대 주력 산업을 위해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또 기계류나 전자기기 역시 수입 의존도가 상당하다. 올해 수입 물량만 봐도 ‘기계류와 정밀기계’(19억 5200만 달러), ‘전기전자기기’(9억 3900만 달러) 등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지역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광석이나 유연탄 같은 핵심 원료는 100% 수입에 의존하며 대부분 달러로 결제해야 한다”며 “환율이 오르면 앉은 자리에서 원가 부담이 20~30%씩 뛴다”고 말했다. 신발과 의류·섬유 업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과거엔 원화 약세가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해 그 이득이 상쇄되고 있다.

■1334원 넘으면 ‘적자’

현재 환율 수준으로도 지역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트럼프발 악재’로 지난 2월 환율이 1450원 수준으로 치솟았을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1.4%가 고환율로 인해 직접적인 경영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으며, 환차익 등으로 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13.3%에 불과했다.

당시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영업 적자를 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334.6원이었다. 하지만 상당 기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다수 지역 중소기업이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해 있는 셈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환리스크를 관리할 전담 부서나 전문 인력은커녕, 금융 상품을 통한 환헤지(위험 회피) 수단도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대부분 원가를 절감하거나 납품 단가 조정을 읍소하는 방법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 도미노 우려도

환율 위기는 서비스업, 특히 여행업계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데 이는 지역 사정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 관광산업의 중심축은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이기 때문이다. 여행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 여행사들은 고환율로 여행 경비가 늘어 모객 자체가 힘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도 우려된다. 수입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중간재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결국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내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이 내년 채용 계획, 투자 계획 등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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