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이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의 잃어버린 진실을 추적한다.
# 그것이 알고싶다, 박근혜 대통령 5촌 간의 살인사건
2011년 9월 6일 새벽 불빛 하나 없는 북한산 주차장에서 한 남자가 참혹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된다. 자신 차량 옆에서 엎드린 채 발견된 남자의 확인된 신원은 ‘박용철’씨로 캐나다 국적이었고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표의 5촌 조카로 밝혀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날 그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박씨 사촌 형 박용수 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4시간 후 용의자는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북한산 중턱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현장 인근까지 데려다 준 대리기사, 전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지인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평소 금전관계 등으로 갈등이 지속된 두 사촌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사촌 형인 박용수 씨가 동생 박용철 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종결했다. 사건은 당시 ‘박근혜 대표 5촌간 살인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조금씩 잊혀져 갔다.
# 그것이 알고싶다, 두바이 그리고 제보자 J
사건 초기부터 범행을 둘러싼 이상한 점들에 관한 보도가 줄을 지었다. 두 사람의 몸 속에서 나란히 검출된 수면제 졸피뎀과 디아제팜, 지문이 남아있지 않은 범행도구, 사라진 피해자 휴대폰, 용의자가 자살하기 직전 먹었다고 추정되는 설사약의 미스터리까지,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을 보도한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허위사실 보도에 의한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끝내 풀리지 못한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며 모두가 진실을 쫒던 그때였다.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본인을 살해당한 박용철의 최측근이라 소개한 남자 J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2014년 9월이었다. 발신지는 두바이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를 포함한 몇몇 저널리스트와 현직 국회의원들, 그리고 변호사로 구성된 취재팀은 제보자 J를 두바이에서 만났다.
3박 4일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쉽게 믿지 못할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의 이야기 전체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차치하고 제보자 J는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우리 앞에 던졌다. 마침내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첫 번째 퍼즐을 찾은 것이었다.
# 그것이 알고싶다, 여전히 이상한 살인사건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사건 기록 전체를 입수해 이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건 후 언론 접촉을 피하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은 박용철 씨 가족들은 그동안 왜 침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남편 그리고 아버지가 당시 놓여있던 시점이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덧붙였다. 박용철 씨는 당시 육영재단 소유권을 두고 박지만 회장(박근혜 대통령 동생)과 신동욱 총재(박근혜 대통령 제부) 사이에 제기된 재판의 결정적 증인이었다. 게다가 그가 살해된 시점은 둘 간의 재판 결과를 좌우할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는 증언까지 한 직후였다. 박용철 씨는 재개된 2심 재판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말을 남겼고 출석을 앞두고 살해당했다. 그가 죽은 이유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는 게 주장 요지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박용철 씨와 박용수씨 두 사람 지인들은 박용철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용수 씨일 리 없다는 의심도 추가했다. 둘 사이에는 어떤 금전적 관계도 없으며 친척들 중에도 가장 사이 좋은 관계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경찰 조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범행 동기와 관련된 진술을 했던 황 씨 역시 사건 1년 후 역시 독특한 방식으로 사망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알려진 수사기관 발표와는 정반대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왔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법의학자들과 범죄 심리학자들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박용수 자살이라 입을 모았다. 유도선수 출신 거구였던 박용철 씨를 무려 3개 흉기를 사용해 살해하는 방식부터 운전석 핸들에 남겨진 혈흔과 이해하기 힘든 자살방식까지, 조심스럽게 두 사람 이외의 ‘제3자’의 존재가 의심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박용수의 이상한 자살은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그것이 알고싶다, 검은 빙산 그리고 배후
여전히 사건 핵심은 박용철 씨가 살해당하기 전에 언급했던 녹음파일의 행방이었다. 이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이유이기도 했다. 방송을 앞두고 마침내 녹음파일 행방을 알고 있다는 제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2년 동안 찾던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죽어버리면 누구나 의심받는 상황이 될거니 오히려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즉, 살인범이 누군지 모르는 것보다 살인범이 누군지 정확히 나오는 게 안전했겠죠. 그래서 박용수 씨는 들러리였고 안전핀이었죠.” (제보자 X의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 중)
“박지만은 신동욱이 싫어서 혼을 내주고 싶어한 건 사실이었던 것 같지만 박용철이나 박용수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봐라. 그들이 죽어서 가장 이익을 볼 사람이 누군지...” (육영재단 관련 인사와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 중)
현실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무서운 이야기 앞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2년간 가져왔던 의문의 퍼즐은 자연스럽게 맞춰졌다. 17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의 잃어버린 진실을 추적하고 육영재단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된 사건 전말과 배후세력들을 추적한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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