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배우 생활 25년 차인 이병헌(46). 주연을 맡았던 영화 '내부자들'로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2개의 국내외 영화상을 휩쓸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충무로는 물론 할리우드 작품에 연이어 얼굴을 내미는 거의 유일한 한국 배우다. 다음 목표는 미국 오스카상이 아니겠냐는 관측은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그는 손사래를 친다. 아직도 연기에 배고프고 자신 말고 좋은 배우들이 많다며 겸손해한다. 지난 21일 선보인 영화 '마스터'의 주연 이병헌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와 삶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신
그는 '매그니피센트7'에 이어 '마스터'로 돌아왔다. 올해만도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와 호흡한 '미스컨덕트'에 이어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와 공연한 '매그니피센트7'까지 신바람 행보다. 특히 '황야의 7인' 리메이크작 '매그니피센트7'에서 '총잡이' 빌리를 연기한 그는 "긴장감 넘치는 1 대 1 결투 신. 빵에 카우보이 빈스(미국 콩 요리) 찍어 먹는 장면 등 어릴 적 로망이었던 서부영화를 찍게 돼 묘한 감정을 느꼈다"며 슬며시 웃는다.
조 단위 사기 벌이는 진 회장 역
실존 인물인 조희팔이 모델
'내부자들' 후 더욱 물오른 연기
조의석 감독의 신작 '마스터'에서 그는 '희대의 사기꾼' 진 회장을 맡았다. 이 작품은 조 단위 사기사건을 쫓는 지능범죄수사대(강동원)와 사기범(이병헌), 그의 브레인(김우빈)의 속고 속이는 추격전을 담은 액션물이다. 사기범이 바로 진 회장. 배후 '권력'이 있어 늘 법망을 빠져나간다. 진 회장은 실존했던 인물 조희팔을 모델로 삼았다. "조의석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할 때만 해도 민감한 사안이라 조희팔이라는 사실은 숨겼어요. 사실적 이야기에 허구도 가미됐고 '내부자들'보다 더 경쾌한 톤에 오락성 있는 작품이에요."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할 때 여전히 '감'(感)에 많이 의존하는 듯하다. "'미스컨덕트'는 시나리오도 안 읽고 배우(알 파치노)만 보고 작품을 정했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죠. 대체로 시나리오 볼 때 '이거 할 것 같네'란 감이 오죠. '마스터'도 조희팔이 사실적 인물인데다 픽션에 오락까지 녹아있어 바로 필이 꽂혔죠."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