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하늘(39)이 20년 연기인생에서 처음 파격 변신을 선보인다. 드라마 '로망스' '신사의 품격' 등을 통해 '국민 여교사'란 별명까지 얻었던 그가 영화 '여교사'에선 완전히 딴판이다. 한마디로 '문제적 선생'.시나리오 보면서 굴욕적 캐릭터네란 생각이 들었지만 긴 여운 때문에 생소함을 떨치고 하겠다고 했단다. '연기'라면 좀처럼 거칠 것 없는 김하늘을 만나 영화를 놓고 수다를 떨어봤다.
남자 제자 사랑한
비정규직 여교사 역
"굉장히 굴욕적 캐릭터
비참해 보이려 고민"
■'국민 여교사'서 '문제적 선생'으로
그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소모됐던 여배우다. 그러나 최근작들은 이와는 정반대. 지난해 드라마 '공항가는 길'도, '여교사'도 그랬다. 전자는 불륜, 후자는 치정. 소재 자체가 파격이다. 특히 '여교사'는 남자 제자를 사랑하는 비정규직 교사 이야기. 정교사로 부임한 이사장 딸이자 후배(유인영)에게 열등감을 느낀 기간제 여교사(김하늘)가 그녀의 애인 남학생(이원근)을 빼앗는다는 이야기다.
삼각관계 이전에 빈부 격차에 대한 현실적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김하늘은 비정규직 교사이자 흙수저 요주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웃음기를 걷어내고 건조함은 물론이고 서늘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그런 연기를 해본 적 없기에 자신도 그런 얼굴이 낯설었다고. "촬영 후 모니터 보는데 '내게 이런 얼굴도 있었네'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표정이었지만 금수저(유인영)에 눌려 굴욕적 순간을 연기해야 하는 장면에선 더 비참하게 보이려고 고민했어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치정을 향해 달리다 보니 충격적 장면이 있다. 베드신 같은 '노출' 때문인데 이런 연기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걱정했을 법도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다소 의외다. "시나리오 볼 때 그런 게 안 보였어요. 대부분 효주의 신들이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굴욕적이었어요. 안타까움에 '아!' 하고 한숨 쉬며 읽었고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였죠. 복수하는 '주전자'신이 통쾌했어요."
■'노출 연기'에도 남편은 멋진 응원군
지난해 봄 결혼해 신혼생활에 한창인 김하늘. 남편의 반응을 묻자 "시사회에 와서 멋있다며 응원해주고, 연기하는 데 버팀목"이라고 "부모와 남편의 사랑은 다른 느낌인데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산다는 게 좋다"며 자랑이 한 보따리다.
정사신에서 약간의 노출이 있었지만 미혼일 때 찍었기에 부담 없었을 터. 노출 등 파격 연기와 관련해 결혼하고 나서 작품 선택 기준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결혼 후 '공항가는 길'을 찍었는데 기준이 바뀐 건 없어요. 물론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달라지겠죠. 아이 낳으면 또 변하겠죠. 다만 나이 드는 게 좀 두려워요." 그러면서 나름의 포부도 살짝 곁들인다. "새 연기는 두렵지 않아요. 그냥 추리닝 입고 슬리퍼 끄는 동네 언니도 좋고요."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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