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루저였습니다. 늦었지만 따라잡으려고 하다 보니 남보다 뭔가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실패도 많았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실패를 안 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도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경대 근처의 문화복합공간 '카페 위드' 이응현(36) 대표를 처음 만난 곳은 '사람책도서관'에서였다.
행사하려면 장소 제약 많아
작가들 위한 전시 지원도
"강연 문화 안착 도움됐으면"
'일반인'인 자신이 책을 쓰게 된 이야기를 교사들을 상대로 풀어놓고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다 나와 <내 인생을 바꾼 전국 자전거 여행기>를 썼고, 다시 <나의 뉴욕생활 정복기>를 집필 중이라고 했다. 아직 모든 게 진행형인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다. 카페 위드 벽면에는 '너는 참 아름다워 꿈이 있으니까 말야'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인터뷰하기 좋았던 그곳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수능에 몇 번 실패하고 지방대에 들어갔죠. 남들보다 늦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한 달간 자전거로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전국 일주를 하고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많이 심했던 열등감이 없어지더군요."
삼성건설의 공모전 '대학생 열정을 표현하라'에서 자전거로 우리나라 건축물을 하나하나 보는 영상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때 받은 상금으로 4학년 2학기 때 뉴욕으로 무작정 떠나서 6개월간 머물렀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졌습니다. CAD, 포토샵, 엑셀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가르쳐준다고 인터넷에 올렸더니 많이 몰려오더군요. 그걸로 돈도 벌고, 영어를 배우며, 먹고살 정도가 되었죠. 하하."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회사에 취업했지만 6개월간 주말도 없이 일을 시켜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출판사 접촉도 그야말로 '무대뽀'였다. 서점에 가서 여행 관련 서적 사진을 모두 찍어, 출판사마다 책을 내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다시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카페가 정말 하고 싶어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 그만두었단다.
"강연, 청년단체, 스타트업 기업 이 세 가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청년들은 대개 주거, 취업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청년단체가 행사를 하려면 제약이 많아 장소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카페에는 부산 작가 지원 프로젝트로 편집숍과 부산 작가 전시 지원 공간이 있다. 추가 요금 없이 세미나실을 쓸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정보적인 불균형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강연입니다. 부산에서 강연 문화가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는 카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많이 겪었던 실패를 후배들은 덜 겪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이루어지길….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