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거미' 박미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여성 사령탑이라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29라운드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0(25-15, 25-13, 25-21)으로 꺾고 승리했다. 남은 경기에 상관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박미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해줬다. 1등 감독 만들어줘 고맙다"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이로써 박미희 감독은 배구는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처음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여성 사령탑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하지만 그는 "여성 감독이라고 똑같은 결과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똑같은 지도자로 봐줬으면 한다"는 의연함도 보였다.
그에 앞서 GS칼텍스의 조혜정 감독, 여자프로농구 KDB생명의 이옥자 감독 등 여성 지도자가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때문에 박미희 감독은 부담감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박미희가 잘못하면 앞으로 여자 감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로서 부담감을 내려놨다"며 마음의 짐을 던 듯한 속내를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박미희 감독은 '수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을 선사한 김수지는 "뭔가 찡했다. 메달이 좀 고장났는데 챔프전 우승하고 더 좋은 메달 걸어드리겠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흥국생명의 마지막 우승은 2007~2008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후 흥국생명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고, 2013~2014 시즌에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팀은 10여년 간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박미희를 감독으로 모셨다.
2014~2015시즌부터 사령탑에 오른 박미희 감독은 바로 FA 김수지를 영입했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최대어로 눈길을 모았던 이재영을 영입했다. 첫 시즌은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며 4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도입된 2015년, 박미희 감독은 테일러를 선발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했던 신연경도 돌아왔다. 테일러가 시즌 막판 이탈했지만 알렉시스를 영입, 5년 만에 팀을 봄배구 무대로 이끌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패하고 말았다.
올시즌 절치부심한 흥국생명은 196cm 장신에 풍부한 경험이 장점인 러브를 외국인선수로 선발했다. 러브는 올시즌 득점 2위에 오르며 믿음에 보답했다. 득점 6위 이재영은 물론 신연경, 조송화, 한지현, 김수지 등 선수들이 고루 활약했다.
이에 힘입어 빠르게 선두로 치고나간 흥국생명은 끈끈한 '거미줄 배구'를 선보였다. 박미희 감독은 엄마 같은 리더십을 발휘, 부임 3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박미희 감독의 두 번째 도전은 통합 우승이다.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은 온느 24일부터 5전 3선승제로 펼쳐진다.
사진=흥국생명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