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행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을 대체하는 법안인 '미국건강보험법(일명 트럼프케어)'이 재수 끝에 미 하원 문턱을 넘었다.
하원은 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미국건강보험법을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가결, 상원으로 넘겼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입법을 추진한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는 개정안이 아닌 대체법안으로, 오바마케어를 아예 폐기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를 만드는 내용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역점 법안과 주요 행정명령이 잇달아 좌초하는 좌절을 겪은 끝에 취임 석 달여만에 처음으로 주요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제도화할 기회를 맞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당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로 법안의 여당 단독 처리가 불가능해지자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를 전격적으로 철회하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접근법을 달리해 하원에서 과반을 확보한여당인 공화당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케어 원안은 건보 미가입자에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제외해 의무 가입 규정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는 트럼프 케어 원안이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기하는 내용이 아닌 '오바마케어 2탄'이라며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골자는 그대로 두되 강경파의 요구를 반영, 아직 남아있던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환자들에 더 높은 보험료율 부과 금지 ▲최소보험보장 요건 의무화 조항에 대해 각 주(州)정부 별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이후 프레드 업튼(미시간) 의원과 빌리 롱(미주리) 의원 등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스로 과반을 확보하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을 방문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하원의 트럼프케어 통과 소식을 듣고 회담 시간을 연기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초청해 '승리'를 자축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