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틀 간의 칸영화제가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7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였지만 평년보다 크게 화려하거나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타 감독들과 배우들이 매일 레드 카펫을 밟았고, 기대 속에 초청된 영화들이 차례로 베일을 벗었으며, 기대와 환호, 실망 속에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황금종려상은 `더 스퀘어'(감독 루벤 외스툴룬드)에게 돌아갔고, 심사위원대상은 `BPM`(감독 로뱅 캉피요)이, 감독상은 '매혹당한 사람들'을 연출한 소피아 코폴라가 수상했으며 호아킨 피닉스('유 아 네버 리얼리 히어`)와 다이앤 크루거('인 더 페이드`)가 각각 남녀 주연상을 가져갔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두 작품(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든 `옥자'를 포함해)이 경쟁부문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올해도 빈 손으로 칸을 떠나게 됐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시상대에 오른 건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가 마지막이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총 다섯 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되어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을 맞이했다. 개막 3일째에 선보인 `옥자'(감독 봉준호)는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즈'(감독 노아 바움벡)와 함께 온라인 배급 방식의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영화제 초반의 화두가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는 스페셜 스크리닝 섹션에 상영되었고, 역시 그의 경쟁부문 진출작인 `그 후'가 국내외 매체들에 좋은 평가를 얻으며 수상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악녀'(감독 정병길)와 `불한당'(감독 변성현)은 각각 미드나잇 섹션에 걸맞는 액션과 감각적 스타일로 호평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 그것도 칸영화제와 같은 세계적 행사에 소개되는 것은 만든 사람들 개인의 영광이자 도전이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수상작은 배급 및 마케팅에 있어 더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명예보다 이처럼 실리적인 부분이 궁극적으로 수상을 바라는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작 결정에는 영화제의 성격과 심사위원들의 취향, 정치적 맥락, 사회적 이슈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므로 수상 여부가 곧 영화의 미학적 가치 정도를 말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칸을 찾은 한국영화들의 활약은 시상 결과보다 주목해볼만하다. `옥자'는 영화 자체도 칸에서 만나기 어려운 성격의 영화였을 뿐 아니라 칸영화제가 앞으로 계속 부딪쳐야 할 영화 상영과 배급 문제에 관한 고민을 던져준 작품이었고. `그 후'는 20년 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홍상수 감독의 건재한 역량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여기에 비경쟁부문의 `악녀'와 `불한당'도 각각 돋보여야 할 부분에서 충실히 빛을 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영화의 성적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수상 실패는 다만 섭섭할 뿐이다. 내년에도 많은 한국영화들이 칸의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모쪼록 아름답고 강렬하고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작품들이 세계 영화인들에게 소개되어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칸(프랑스) = 윤성은 영화평론가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