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통계 생산을 책임지는 통계청이 국민 혈세를 들여 작성한 소득분배 통계를 국민에게 공표하지 않고 상급기관에만 사전에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 24일 정오 국가통계포털에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공표했다. 2분기 기준 전국가구의 소득과 비소비지출 등 관련 내용이 여기에 담겼다.
가계동향 조사는 전국가구 중 표본을 추출해 가계부 작성 형식으로 소득과 지출을 파악한다.
통계청은 이를 토대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등 분배지표까지 만들어 매 분기 발표해왔다.
통계청은 그러나 "고소득가구 표본조사가 어렵다"며 지난해 말 고시를 통해 가계동향 중 소득만 매분기 국가통계포털에 게시하고, 지출은 1년에 한 번 공개하기로 변경했다.
문제는 소득분배지표다.
통계청은 관심을 모은 2분기 소득분배 지표를 국가통계포털에 공표하지도, 별도 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앞서 지난 5월 '2016년 소득분배지표'를 발표하면서 1분기 가계동향을 기준으로 한 소득5분위배율을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방적으로 통계 공표를 중단한 셈이다.
확인 결과 전국가구 기준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3배로 지난해 2분기(4.51배)보다 높아지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6분기 연속 악화됐다.
통계청이 분배지표를 공표하지 않은 것은 소득5분위배율 악화 추세가 계속되는 등 정부에 부담스러운 통계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에게는 알리지 않는 대신 상급기관에만 사전에 통계를 전달하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가계동향이 국가통계포털에 올라오기도 전인 24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작년 이후 6분기 연속 소득분배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표되기 전인 분배지표 통계가 이미 기재부에 넘어간 것이다. 실제 기재부는 사전에 통계청으로부터 관련 통계를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나라의 공식 분배지표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을 토대로 한 분배지표를 공식 발표하지 않으면서 소득분위별 소득은 물론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배율 등 소득분배 개선 내지 악화 정도를 알 수 있는 통계가 사라졌다.
그동안 통계청은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을 토대로 한 지니계수와 1년에 한 차례 발표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지니계수를 발표해왔다.
공식통계인 가계동향 기준 지니계수가 비공개로 전환된 가운데 아직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지니계수는 통계위원회로부터 공식통계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분기별 소득이나 지출 통계는 물론 분배지표마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소득주도성장'과 '복지확대' 등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실제 통계청이 가계동향을 분기별 공표에서 연간 공표로 변경하면서 기재부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정책 수립에 필요한 통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