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의 상징 매생잇국 '뜨겁습니다. 입천장 조심!'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입력 : 2017-11-27 12: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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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국이 식탁에 오르는 계절이다. 물론 요즘 대도시 한식집에서는 사계절 매생이국을 상에 올린다. 겨울에 구입하여 냉동시킨 것을 사계절 내놓은 것을 시비 걸 것은 없지만 매생이는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매생이국는 파래와 김의 중간 정도 되는 해조류인데 얼핏 보면 이끼처럼 생겼다. 한때 매생이는 천시받은 해조류였다. 김에 붙어 있으면 김 색깔이 파란 색깔을 띤다고 하여 싫어했다. 어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무식한 도시 사람들이 순도 100%에 이르는 갈색 김을 상품으로 평가하고, 파래나 매생이가 섞인 김을 하급 취급한 것이다. 그래서 염산을 뿌려 매생이를 죽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완도, 진도, 신안 바다에서 서식한다. 조선시대 서적에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남해안 바닷가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이나 먹는 식품이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서울에 상륙한 매생이가 영양식품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온갖 음식점에서 식탁에 올렸고, 금값이 되었다. 그리고 엉터리 매생이국이 등장했다.
 
매생이국은 떡국 몇 조각과 생굴, 생 매생이와 다진 마늘을 조금 넣고 살짝 볶는다. 이때 참기름도 조금 넣는다. 적당히 볶은 후에 물을 조금 붓고 끓이는데 불을 너무 강하게 할 필요는 없다. 국솥 곁에서 국자로 저으면서 국물이 쫄지 않게 해야 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매생이가 녹아버리니 불을 잘 조절해야 한다. 솥에서 막 떠준 국에서는 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입천장을 덴 사람들이 많다. 성격이 급한 얄미운 사위한테 매생이국을 주면, 급하게 국을 떠먹다가 입천장 덴 꼴을 보며 고소해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한다. 그때 장인이 한 말씀 거든다. “매생이국은 처음에 젓가락으로 먹는다네!” 
  


매생이는 식은 것도 맛이 있다. 식은 국에 따뜻한 밥을 말아먹으면 따뜻한 국을 먹을 때와 전혀 다른 맛이 난다. 매생이국은 데워서 먹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데우면 본디 맛이나 향이 나지 않고, 매생이가 녹아 버린다. 그런데 매생이 요리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커다란 솥에 끓여 놓고 손님마다 엉터리 매생이국을 한 그릇씩 떠다 준다.
 
용산에는 벌교 친정 마을에서 보내준 매생이로 친정엄마한테 배운 솜씨로 국을 끓여 주는 음식점이 있다. 이 집은 찬바람이 불면 매생이국을 끓이다 춘분이 지나면 판매를 중지한다. 냉장고에 보관했다 사계절 팔 수 있겠지만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매생이 끓이는 냄새가 그립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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