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에 관한 기사가 뜨면 늘 따라다니는 댓글이 있다. '뜨고 나니 변했다'는 내용이다.
2014년 11월 12일 배우 김원해와 이철민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김원해는 류승룡과 함께 공연 '난타'를 함께 했었고, 이철민은 대학시절 류승룡 절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MC들이 류승룡에 대해 묻자 "워낙 떠서 지금은 연락하기 힘들다", "전화번호 바뀐 후로 연락이 안 된다", "직접 '라스'에 나와 해명하라" 등의 말을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지금까지 류승룡에 관한 기사가 나올때면 마치 공식처럼 '뜨고 나니 변했다'는 식의 댓글들이 달리곤 했다.
류승룡 본인 역시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 사이 류승룡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신동엽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변호했지만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하던 류승룡은 영화 '염력' 개봉을 앞둔 24일 기자들과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늦었지만,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밝혔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가던 중 해당 논란에 대한 질문이 넌지시 나왔다. 화기애애했던 자리였지만 류승룡은 그 순간 잠깐 침묵했다. 그리곤 "사실 처음 듣는 질문"이라고 말을 꺼냈다.
처음엔 워낙 막역한 사이인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예능에서 웃어 넘길 수 있는 농담 혹은 과장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장은 예상과 달리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류승룡은 "두 사람과 바로 통화를 했는데 그들도 상당히 당황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그런데 그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그렇고, 자연스레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자리에서 몇 년 전 개인적 사건에 대한 해명을 하는 건 동료 배우나 제작자, 제작사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관련 질문이 나왔고, 류승룡은 잠시 고민 후 결국 마음을 털어놓게 된 것.
사람은 당황하거나 화를 내거나 등 감정이 격해질 땐 모르지만 일단 한 번 고비를 넘기면 그 순간을 돌아볼 여력이 생긴다. 류승룡도 그랬다. 당황스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왜 그런 말이 나오게 됐을까'라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사는게 아니다', '내가 건방졌구나'라는 생각도요. 아마 '라스'에서 한 말 때문만으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반응을 보인건 아닐거란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나를 더 내려놓으려 했어요. 3년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요. 초심을 되찾으려 했죠."
그날 이후 류승룡은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회장을 역임 하고 있다. 덕분에 지인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당연히 친했던 사람들과도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제는 보이스 피싱 전화까지 받는다"는 농담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많은 분들께서 채찍질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염력'은 어느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이 세상에 맞서 상상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31일 개봉.
김상혁 기자 sunny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