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4년차' 아이콘 "초심 계속 찾아가는 중…물처럼 자연스레 흘러가고파"

입력 : 2018-01-29 09:17:46 수정 : 2018-01-29 09: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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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체기가 있었다. 2015년 11월 '취향저격'으로 데뷔하자마자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괴물신인'으로 불린 7인조 보이그룹 아이콘(비아이, 바비, 구준회, 김진환, 김동혁, 송윤형, 정찬우). 이후 일본 활동에 집중하면서 공백기가 점점 길어졌고, 지난해 5월 발매한 'BLING BLING'과 '벌떼'는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새 앨범을 준비하며 절치부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초심을 돌이켜보자는 의미를 담아낸 정규 2집 앨범 'RETURN'의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지난 25일 발매되자마자 각종 음원 사이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4년차에 접어든 아이콘은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고, 다시금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2015년 12월 'WELCOMEBACK'이후 2년 1개월 만에 정규 2집으로 돌아온 아이콘을 얼마 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 "차트 1위 생각도 못했다, 밑바닥에서 한 계단 올라간 기분"

'사랑을 했다'는 경쾌한 피아노 리프와 신나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여기에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가사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라는 덤덤하면서도 애틋한 노랫말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신다.  그동안 아이콘이 주로 선보였던 강렬한 힙합 음악은 아니다. 오히려 데뷔곡 '취향저격' 같은 부드러운 느낌이 묻어난다.

멤버들은 인터뷰가 진행됐던 26일 '사랑을 했다'가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접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상당히 들뜬 모습이었다.  순위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 했다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에 나타나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이전에 발표한 'BLING BLING'과 '벌떼'가 아이콘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에, 오히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비아이는 "차트를 크게 신경 쓰지 말자는 마음을 먹었고,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는데 막상 1위에 우리 노래가 올라온 것을 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며 "이런 결과를 대중과 팬들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밑바닥에서 한 계단 올라간 기분이 든다"고 감격에 젖었다.

바비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시간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렇게 1위를 했다는 것 자체는 행복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멤버들은 "안무도 'BLING BLING'과 '벌떼' 같은 힙합의 느낌보다 서정적인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 최대한 힘을 빼고 췄다"며 "사랑을 한 후 홀로 남겨진 남자의 고독한 감정을 동작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이번에는 단일 타이틀 "집중도 높이려는 시도" 

정규 1집 'WELCOMEBACK'에서 '덤앤더머','왜 또'를 더블 타이틀로 들고 나왔던 아이콘은 이번에는 단일 타이틀 방식을 선택했다. 아이콘을 비롯해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상당수가 그동안 더블 타이틀 전략을 내세웠던 것에 비하면 제법 독특한 시도다. 이는 노래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블 타이틀보다는 단일 타이틀이 아무래도 집중도를 더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어떤 노래를 타이틀로 선정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뿌듯합니다. 곡을 만들 때 자기만족에 사는 스타일이라 누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자신은 늘 있어요. 앞으로 나올 노래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했다'는 여태까지 나온 곡 중 가장 아끼는 곡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비아이)"

"그동안 항상 두곡을 타이틀로 들려드렸는데, 이번에는 무대에서 한곡만 보여 드린다는 게 조금 아쉬워요. 여건이 된다면 열 두곡 모두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오랜 만의 정규 앨범인 만큼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행복하게 활동하고 싶어요.(바비)"

아이콘은 '사랑을 했다' 외에 눈여겨볼만한 곡으로 'LONG TIME NO SEE', 비아이의 솔로 '돗대'를 꼽았다. 'LONG TIME NO SEE'는 2014년  YG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선발 프로그램 '믹스앤 매치' 자작곡 미션에서 부른 곡이다. 

바비는 'LONG TIME NO SEE'에 대해 자신들의 역사가 담겨 있는 노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데뷔 전의 패기 넘치고 열정적인 기운이 잘 녹아 있어요. 3년 만에 다시 부르니까 감회가 새로웠고, 더 몰입이 되더라고요" 

비아이의 솔로곡 '돗대'는 중독성 넘치는 트랩 장르의 곡으로 'I'm a 돗대 대한민국 돗대 One and only f***in one and only' 라는 후렴구가 귓가를 맴돈다. 직설적인 가사와 거친 느낌이 주를 이루는 곡. 

비아이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센 척을 하려 한건 아니다. B급 감성으로 나타나는 '병맛코드'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이 대부분 '초식동물' 같다면 '돗대'는 유일하게 '육식동물'의 느낌이 나는 노래다. 에미넴처럼 날 것 그대로의 랩을 하려했다"고 이야기했다.

■ 기나긴 공백기 "월척을 기다리는 낚시꾼의 심정"

2015년 데뷔 후 매해 최소 한 장씩 앨범을 냈지만,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공백기는 제법 길었다. 정규 보다는 싱글, 미니 앨범을 주로 발표하는 현 가요계의 흐름에 비춰 봐도 아이콘은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의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앨범이 자주 나오지 않는 YG 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을 우스갯소리로 일컫는 '양현석의 보석함'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원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비아이는 "미끼를 물고 월척을 기다리는 낚시꾼의 자세로 임했다. 자기계발에 집중하면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것 같다"며 "지난날은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에 차분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조급해 하기보다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집중했고,  힘들어 할 때 마다 양현석 대표님이 달래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진환은 "조급함보다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고 싶었다"며 "데뷔하고 아직까지 공식적인 팬미팅을 한 적이 없는데,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기회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든지, 여러 가지 창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구준회는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감사함을 느꼈다. 공백기를 가지면서 글쓰기를 자주 했는데 마음이 굉장히 차분해지고 기분도 진정되는 효과가 있더라. 가슴 한 구석에 불안했던 기운이 사라지고 안정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래 연습은 기본적으로 열심히 했고, 단순한 보컬 레슨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목소리를 어떻게 풀어내야 더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거나 음악적 방향성을 생각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동혁은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초심을 찾으려 애썼다"며 "공백기 동안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음악에 담아내려 했는데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 엄하기만 했던 양현석, 아이콘과 소통에 나서다 "점점 편해져"

YG의 수장 양현석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항상 냉철하고 혹독한 줄만 알았던 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아이콘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다가가고, 큰 형님처럼 아이콘을 다독여줬다.

특히 양현석은 자신의 SNS에 아이콘 컴백 관련 게시물을 게재하고, 팬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아이콘도 조금씩 마음을 열며 양현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굉장히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올해는 한 없이 따뜻해지셨어요. 미팅 중에도 '이제부터 너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먼저 다가와주시니까 커뮤니케이션하기가 한층 수월해요. 요즘에는 우리한테 개그도 시도하시는데, 완전 제 취향이에요. 대표님이 점점 편해지고 있어요.(구준회)"

"무대 위 모습, 연습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 등 디테일한 면을 일일이 집어주세요. '춤을 출때도 힘을 뺄 줄 알아야 진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셨는데 그런 부분이 와 닿았어요. 멤버들에게 세밀한 애정을 주셔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어요.(김동혁)"

"요즘 양현석 대표님의 SNS를 자주 보는데 언제 어떤 게시물을 올릴지 기다리는 재미가 있어요. 굉장히 묵묵한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친화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우리와 소통하려는 모습이 느껴져요.(정찬우)"

■ 데뷔 4년차 "책임감 생긴다, 더 올라갈 방법 고민하는 건 우리의 사명"

YG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그룹 빅뱅도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겼고, 자연스레 그들의 뒤를 잇게 될 후속주자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데뷔 4년차 아이콘은 아티스트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조금씩 인지하는 중이다. 초심을 되새기며 성장해 나가려는 아이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빅뱅을 잇는 그룹으로 언급된다는 자체가 너무 영광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책임감이 생기고, 빅뱅 형들이 잘 이끌어온 것을 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해요. 사실 데뷔 당시에는 객기와 패기가 넘쳤고 너무 당당했는데 그러다 보니 부러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때를 계기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처럼 재미있고 자유로이 즐기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초심에 가장 가깝다고 봐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 찾아야 하는 문제이자 사명입니다.(비아이)"
 
"실력이 늘고, 한 단계 올라가는 건 결국 자기의 행복과 연관되는 것 같아요.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쌓아가려고 하면 목표하는 바에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김동혁)”

아이콘의 정규 2집 앨범 'RETURN'에는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를 비롯해 'BEAUTIFUL','돗대','나쁜놈','BEST FREIND','EVERYTHING','안아보자','잊지마요','시노시작','나를 사랑하지 않나요?','JUST GO','LONG TIME NO SEE' 총 열 두곡이 수록됐다. 리더인 비아이가 전곡의 작사, 작곡을 맡았다.

사진=YG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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