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50 대 1의 주식 액면분할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를 249만원대로 가정하고 이를 50 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 하면, 주가는 50분의 1인 약 5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주식 1주가 50주로 늘어난다.
주가는 낮아지지만, 주식 수는 크게 불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 요구가 많았다. 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 거래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액면분할 결정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그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배당 확대로 주주 환원을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 수단으로 액면분할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고액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여기에 투자하기 힘들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24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당시 권오현 부회장이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그 사이 이 같은 판단이 바뀔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지금 액면분할이냐'는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가가 250만원대를 넘어서며 너무 무거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1년 1월 1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그로부터 6년 만인 지난해 3월 2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러고도 상승을 거듭해 250만원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배당을 대폭 확대하는 데 이에 맞춰 액면분할을 하면 배당의 혜택을 일반 투자자들이 폭넓게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음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와 이번 액면분할을 연결시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삼성전자는 "전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주식 액면분할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액면분할로 승계 비용이 늘어난다면 주가 상승 역시 승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자사주 매입과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주가를 부양해 왔는데 이제 와서 경영권 승계 때문에 그간 액면분할을 기피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은 우선 3월 23일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총을 통과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5월께 액면분할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철중 기자 c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