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가 지속돼 각종 바이러스, 세균과 곰팡이 등이 번식하기 쉽다. 과다한 에어컨 사용은 여름 감기를 유발하고,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냉각수 증식 레지오넬라균
어린이 노인 등에 폐렴 유발
해마다 여름철 증가 추세
필터·냉각수 청소로 예방을
에어컨 가동 중 환기 안 하면
습도 떨어져 호흡기 질환도
■레지오넬라병 전염성 강해 집단 발병
여름철은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 환기를 자주 못 하게 되는데 이는 실내 공기 질을 악화시킨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 장시간 있으면 실내 공기에 포함된 유해물질과 병원균에 계속 노출돼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여름철 에어컨과 관련한 대표적인 폐 질환으로 레지오넬라증을 꼽을 수 있다. 냉각수에서 증식한 레지오넬라균이 에어컨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병으로, 전염성이 강하며 에어컨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돼 대형 건물에서 집단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유형은 크게 폐렴을 동반하는 레지오넬라병과 몸살 같은 전신 증상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폰티악열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레지오넬라병의 경우 주로 50세 이상 면역력이 떨어지는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2~10일간 잠복기를 거쳐 전신 무력감, 두통, 근육통, 식욕 감퇴 같은 증상과 함께 흉통, 기침 등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폐렴 환자가 14.6% 증가했는데 여름철(7~8월) 폐렴 환자 수가 1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 만성질환자, 호흡기 기저 질환자 등은 폐렴에 더욱 취약하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에어컨, 샤워기, 장식 분수 등의 오염된 물에 존재하던 균이 물방울 형태로 인체에 흡입돼 전파되는 질환이다. 에어컨 사용이 잦은 6~8월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해마다 20~3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5년에는 45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15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12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레지오넬라 폐렴을 예방하려면 에어컨 필터와 냉각수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세균에 노출되지 않도록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폐렴형인 폰티악열 증상은 비교적 가벼워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잠복기는 36시간 안팎이며 발열, 두통, 근육통 같은 증상이 2~5일 계속된다. 환자의 50% 정도는 경미한 기침과 인후통, 흉통 등을 보인다.
■비염 같은 만성 호흡기질환 악화
여름철에 습도가 높아지면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가 증식해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한다. 과도한 에어컨 사용과 실내 공기 질 악화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높은 기온에서 야외 활동을 한 천식 환자는 오존에 노출돼 숨이 차고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단기간 높은 농도의 오존에 노출되면 천식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며 이로 인해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입원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밀폐된 환경에서만 생활하면 실내 습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진다. 이럴 경우 다양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여름철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에어컨의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차가운 실내에서 입을 긴 소매의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에어컨을 가동하고 일정 시간(최소 2시간에 한 번 정도)마다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를 환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와 실외 온도 차는 5~6도 이내가 좋기 때문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가동해 실내 온도가 낮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혜경 부산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외출 뒤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에어컨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해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증식하는 것을 방지하면 여름철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