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①]북촌으로 떠나는 특별한 시간여행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

입력 : 2018-08-10 08:09:11 수정 : 2018-08-10 0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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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제 특정 휴가철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시간이 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한결같이 꼽을 만큼 여행은 로망이자 일상이 됐다. 여행의 시작은 장소 선정 등 자료조사, 서핑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장소'에는 여행지와 숙소가 모두 포함된다. 여행지에 의해 숙소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숙소에 따라 여행지가 바뀌기도 한다. 그만큼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중요해졌다. 이에 본보는 '여기어때'와 공동기획으로 '숙소큐레이터'라는 특이한 직함을 가진 전문가의 '특별한' 숙소 이야기를 시리즈를 게재한다.

6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집은 근사한 호텔이 되었다. 처마를 멋스럽게 들어올린 한옥 한 채와 2층 높이의 양옥은 치마 저고리를 차려 입은 소녀와 더블 슈트를 걸친 세련된 모던보이가 나란히 선 모양새다.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Bonum 1957 Hanok and Boutique). 스타일이 다른 두 건물이 주는 조화도 신선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1957년에 지어진 집이 양옥이라는 반전이다. 한옥은 최근 호텔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지은 것이라고. 개량 한옥이긴 하나 한옥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을 담아냈고, 양옥은 그 시절에 지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현대적 재료들로 지어진 한옥은 전통 한옥보다 미끈하고 튼튼한 느낌을 준다. 응접실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객실이 양쪽에 위치해 있다. 한국적인 온돌방은 창호지를 바른 전통 창호와 자개장에 샹들리에가 낯선 조화를 이루며 유니크한 멋을 자아낸다. 



양옥에 마련된 부티크 호텔 내부는 1957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천장과 바닥, 계단 등은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옛 모습 그대인데 촌스럽거나 낡은 구석이 없다. 한 눈에 보아도 그 시절 구하기도 어려웠을 최고급 자재들을 사용했다.



객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구조와 실내 장식으로 특색을 지녔지만, 청록색의 벽과 목재 장이 있는 딜럭스 더블 룸이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보눔 1957’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50년 대 것을 그대로 보존한 나무 바닥과 천장의 패턴, 붙박이장의 레트로한 디자인은 요즘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당시 제일 좋은 목재들을 골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모던한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적 요소들이 발견된다. 화장대 거울의 소재와 고리도 묘하게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다. 전통 문살을 활용한 파티션과 서구식 생활 양식을 상징하는 소파가 제법 잘 어울렸다.



인파로 붐비는 북촌 초입에 위치해 있는데도 담장 안은 다른 세상처럼 조용하다. 넓은 발코니로 나가자 전통 한옥 사이로 관광객이 북적이는 풍경과 가회동 성당이 한눈에 담긴다. 그제서야 북촌 한복판에 서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호텔 리셉션은 북촌 카페 ‘B’로 이어진다. 한옥마을의 길목과 이어진 카페로 커피와 와인, 간단한 에피타이저를 판매하고 있다. 여행자들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조식을 별도로 예약했을 때는 이곳에서 베이글과 크루아상, 커피 등으로 구성된 아메리칸 브랙퍼스트가 제공된다. 



체크아웃 전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샹들리에 위로 오랜 시간 이 건물을 지탱해온 대들보와 벽돌이 보였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건물을 지탱해오며 색이 바래고 표면은 거칠게 깎여 나간 모양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역할을 해낸 나무와 모래의 시간을 헤아려 보았다. 한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오는 것은 역시나 고되고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오래된 도시 서울을 여행할 때 한 번쯤 머물러 보길 추천하는 숙소다.

글/사진=양여주(숙소큐레이터)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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