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탑차 1시간 정차, 과태료 면제’ 부산시의회 조례 논란

입력 : 2021-08-17 19:34:41 수정 : 2021-08-17 2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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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가 부산시와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청에도 납품용 트럭의 주정차 과태료를 면제하는 조례를 단독으로 공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납품을 위해 갓길에 정차된 택배 차량.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의회가 부산시와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청에도 납품용 트럭의 주정차 과태료를 면제하는 조례를 단독으로 공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납품을 위해 갓길에 정차된 택배 차량.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의회가 행정안전부와 부산시의 만류에도 흔히 ‘탑차’라고 부르는 납품용 트럭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면제하는 조례를 단독으로 공포했다.

해당 차량의 무분별한 도로 점거에 대한 시민 우려가 적지 않다. 과태료 면제 근거가 없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도 있다.

17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시의회는 이달 초 ‘부산광역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직접 공포했다.


‘납품·도매업자 생계 지원’ 명목

이달 초 시의회 의장 직권 공포

형평성 위배·위법 소지

행안부 재의 요청도 무시

부산시, 대법원 제소까지 검토


부산시의회 도용회(더불어민주당·동래구2)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는 납품도매업 등록증을 발부받은 차량에 대한 주정차 위반 등의 도로교통 행정처분을 자동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례는 ‘납품도매업차량에 대한 구청장 등의 주정차위반행정처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차량이 납품이라는 고유의 목적을 위배했다는 증거가 있지 않는 한 해당 행정처분은 자동으로 유예될 수 있도록 구청장 등과 적극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납품용 차량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 등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게끔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경찰청 도로교통 고시는 물론, 도로교통법상의 과태료 처분 등 상위법과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 조례는 6월 말 부산시의회 제297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후 행안부가 지난달 13일 부산시에 ‘해당 조례가 지방자치법과 도로교통법 위법 소지가 있다’며 부산시에 재의를 지시했고, 부산시는 제298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시의회에 해당 조례의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시의회는 조례 공포를 강행했다. 조례 공포를 부산시가 맡는 관례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의회는 동일한 내용으로 부산경찰청 도로 교통 고시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경찰청 도로교통 고시에 따르면, 1.5t 이하의 탑차는 시내 도로에서 15분 이내로 정차가 가능하다. 택배기사나 납품 도매업자의 생계를 위해 마련된 조치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조례를 통해 도로 위 납품 차량 주정차 가능 시간을 최대 1시간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에서 고시를 개정하고 구·군청 협조를 구하면 조례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고시 변경 요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경찰청 승인을 받아 고시를 변경한다. 그러나 확인 결과, 시의회의 고시 변경 요청은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부산경찰청 교통과는 “중소 상공인을 중심으로 상하차 시간을 늘려 달라는 요구는 꾸준히 있어 왔다”며 “주정차 허용 시간 연장 문제는 일반 운전자와의 형평성도 있으니 경찰청 승인이 나고 고시가 변경되기 전까지 가부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행안부와 논의를 거쳐 대법원 제소까지 검토 중이다. 행정 처분 면제의 근거도 부족하고, 시 조례의 범위를 넘었다는 판단이다. 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실 측은 “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조만간 행안부 측에서 검토를 거쳐 지시가 내려올 것인데, 이후 제소를 통해 대법원에서 시비를 가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 의원은 “부산에 4만 3000명의 납품도매업자가 있다”며 “납품을 위한 정차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이 필요한데 상황은 그렇지 못해 피해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주정차 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으며 일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선제적인 지원 조례”라며 “납품도매업자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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