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PK) 지자체가 ‘부울경 메가시티’ 구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을 지난달 21일 행정예고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관할하는 광역특별지자체의 공식 명칭이다. 이번 행정예고에 따라 특별연합 출범을 위한 실무 논의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PK지역 지자체는 7일까지 특별연합 규약안에 대한 지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각 시·도의회 의결을 거치게 되며, 의회에서 규약안을 가결하고 행정안전부가 이를 승인·고시하면 2019년부터 3개 시도가 추진해 온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울경 특별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할 수 있게 된다.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행정예고
사실상 실무 논의 마무리 단계
공감대 형성·연합 집중 성과
5차례 의장단 회의 등 주도
■공감대 형성 힘입어 ‘가속’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에 맞서 부울경 메가시티 구성도 속도를 내왔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측은 “국내총생산의 절반이 넘는 52.5%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또 이 지역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4%가 살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수도권도, 지역도 모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시민들 사이에서 고조돼 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도권 집중에 대한 폐해를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대항할 만한 특별지자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수도권, 비수도권 관계 없이 전 지역이 상생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시의회의 설명이다. 시의회는 “서울과 부산이, 수도권과 동남권이 경쟁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윈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제2의 서울’이 아닌 ‘동북아 8대 메가시티’ 도약도 목표로 삼고 있다. 출범하는 특별연합은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지역 내 총생산 491조 원,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도달을 기대한다.
■대립 사안에 양보하며 ‘합의점’ 찾아
부산시의회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은 시민, 전문가 등과 논의를 거쳐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해 왔다. 시의회는 특히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3개 시도가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에도 집중했다. 여태껏 각 시·도위원회 위원장 회의, 의장단 회의 등이 5차례 이상 진행돼 왔다.
부산시의회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한 국토 대전환을 목표로 의원정족수, 사무소 위치 등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과제에 대해서는 강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양보 없이는 연합체 구성이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초창기에는 해당 사안에 대한 각 시도의 대립이 첨예했지만, 부산의 양보로 인해 3개 시도는 점차 합의점을 찾아가는 상황이다. 각 시도의회 위원장 회의 등을 거치며 현재 의원 정수는 최종 27명으로 결정됐으며, 사무소 위치도 몇몇 후보지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울산과 경남이 사무소 위치에 대한 행정예고안에 합의한다면 이를 적극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역 소멸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미래세대를 걱정한다면 지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시의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산 연간 합계출산율은 0.75명 수준이며, 혼인율도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김태훈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 위원장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정책적 탄력을 받은 지금, 각 지역 정치권이 갈등하기보다는 힘을 모아야 한다”며 대의를 강조하며 울산과 경남을 설득했다.
부산시의회는 울산·경남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시의회 내부적으로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3월 착수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방안 공동연구’ 보고회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메가시티의 비전 및 설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전문가를 초청해 세부 과제별 용역 진행 상황, 시·도민 참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부울경이)기업과 인재 유출을 막고 서울과 경쟁하는 도시로 성장하려면 지역 독립이 선결 과제”라면서 “메가시티를 구축하면 부울경 광역교통망이 확보되고, 조세·행정권 등 국가 사무를 대폭 이양받아 광역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시민운동단체 메가시티 포럼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상반기 내 '특별연합' 출범 박차
부산시의회는 토론과 보고회 등을 거치며 정리된 내부 의견을 토대로 정부와 국회에도 수차례 협조를 구했다. 김태훈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 정비, 안정적이고 과감한 권한 이양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22일 ‘부울경 시·도의회 상호협력 공동 결의안’이 3개 시·도의회에서 채택되자, 중앙부처에서도 지역 주도로 마련한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호응했다. ‘범정부 초광역 지원협의회’를 신설해 회의를 주재하고 산업부, 국토부, 교육부 등 3곳을 중심 부처로 정하고 TF를 구성해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초광역협력에 따라 이관될 사무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검토하기로 했다.
특별연합은 당초 지난 3월 출범을 목표로 했다. 부산시의회는 상반기 내 출범이 반드시 가능하도록 정치력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재 의원정수 쟁점이 해소된 만큼 사무소 위치만 정해진다면 출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태훈 위원장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마땅히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3개 시도가 민주적으로 협의하며 합의점을 도출해나가는 건강한 상황”이라면서 “지방분권과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지방정부 간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