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소통 강화를 위해 용산 청사로 이전한다고 말한 윤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된 것이다.
11일 국민소통관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4분 집무실 1층 로비에 도착하자 첫 아침 출근길을 기다리던 취재진이 다가와 출근 소감을 묻는 등 과거 대통령들의 출근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과거 대통령들 출근길과 달라
1층 청사 로비서 질의응답 가져
“너무 당연해 취임사서 통합 누락”
향후 ‘국민과 소통’ 척도 될 듯
윤 대통령은 ‘첫 출근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면서 “어제 첫 출근하기는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며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를 얘기한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취임사에 통합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된 소감에 대해서는 “글쎄 뭐 특별히 없습니다. 일해야죠”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 그건 제가 출근해서 챙겨봐야 한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며 5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날 취재진 질의응답은 2층 대통령 집무실 아래에 있는 1층 기자실과 청사 로비가 이어지는 지점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출입 기자단에게 “이제 다 1층에 입주했어요? 책상도 이제 다 마련하고?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약식으로 인터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최고권력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과 접촉하는 일본식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될지 주목한다.
일본에서는 기자들이 관저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총리와 약식으로 갖는 인터뷰를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매달린다’는 뜻이다. 총리로서는 매일 언론과 접촉하는 것이 귀찮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언론 취재에 응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긴다. 기자들의 취재에 얼마나 성실히 응하는지가 국민과의 소통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