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반도체 기업 5곳 이상이 올해 안에 부산으로 이전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파워 반도체 분야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중견·중소 파워반도체 업체를 모아 클러스터를 조성해 한국 파워 반도체 산업을 선도할 계획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16일 “이전부터 공들여 왔던 파워 반도체 기업 5곳 이상이 올해 안에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력반도체 전문회사 제엠제코(주)가 부산으로 이전한 뒤 파워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부산 유치가 성사된 것이다.
파워반도체 설계 회사인 트리노테크놀로지가 최근 4500평 규모의 부지 매입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비투지코리아와 효원파워텍 등 기업 4~5곳이 부산시와 부산 이전을 협약했거나 협의 중이다.
이들 기업의 부산 유치에는 동남권 의과학산업단지에 조성된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의 역할이 컸다. 부산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2017년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 관계자는 “트리노테크놀로지의 경우 파워 반도체를 설계하고, 중국과 대만 기업에 제조를 맡겨 왔다. 하지만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생산까지 한다는 계획”이라며 “부산에 파워반도체상용화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고 관련 장비들도 갖춰져 있어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워반도체는 전기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제품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디지털 전환, 그린에너지 패러다임과 맞물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부산에는 현재 반도체 전후 처리가 가능한 공정장비 28종과 신뢰성 측정 장비 22종 등 파워 반도체 관련 장비가 구축돼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6인치 SiC 파운드리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2017년 산업부의 파워 반도체 사업을 유치하고 6인치 SiC파운드리 제작 시스템을 갖췄다. 단가가 비싸고 기판을 만들기가 힘들어 파워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4인치짜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교육생 3명에 15년 이상 현장 경력을 가진 전문가 1명을 멘토로 붙여 파워반도체 5대 제조공정을 실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밖에 파워반도체 연구 활성화를 위한 ‘석·박사 연구활동 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파워 반도체 생산부터 신뢰성 평가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인적 물적 인프라와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다. 앞으로 현장 적응력이 높은 파워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부산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해 한국 파워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