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림 사고, 근본 대책은] 절대 물지 않는다? 견주들 과한 자신감부터 버려라

입력 : 2022-09-14 18:40:26 수정 : 2022-09-15 09: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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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이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줄이 풀린 개는 갑자기 아이에게 달려들어 목과 팔다리를 물어뜯었고, 지나가던 택배 기사의 도움으로 아이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개 물림 사고도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개 물림 사고는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사고인 만큼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2000건 이상 사고 발생

차분히 시선 피하는 것이 우선

독일, 반려견 면허 시험 의무

세금·입양 방법 등 다양한 정책

공격성 강하다면 입마개 필수

비반려인 배려하는 책임감 중요

■개 물림 사고 원인

2021년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건수가 약 1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 평균 약 6건의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로,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5~8월에 특히 개 물림 사고가 증가한다. 이를 해석하면 매년 평균 2000건 이상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왜 국내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반려견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독일을 살펴보면 반려견 양육 인구가 많음에도 개 물림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려견을 아무나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주마다 다르지만 위험 견종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려견 면허 시험을 통과해야 반려견 양육 자격이 주어진다. 니더작센주의 경우 2013년부터 견종 상관없이 반려견 면허 시험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려견 크기에 따라 케이지 크기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좁은 곳에 강아지를 두고 파는 펫숍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반려견은 지인이나 전문 브리더를 통한 분양, 또는 티어하임이라는 반려동물 유기동물 센터에서만 입양이 가능하다.

또한 독일은 지역이나 반려견 수, 종류에 따라 적게는 100유로(약 14만 원)부터 최대 600유로(83만 원)까지 ‘반려견 세금’이 존재하는데, 개가 공격적일 경우 세금을 더 낸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관리와 책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려견의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를 막고,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로 개 물림 사고, 유기, 짖음 등 사회적 문제를 줄여준다. 이렇게 모인 세금은 반려견 관리와 복지에 사용되며 독일의 반려견들은 버스, 식당, 쇼핑몰 등을 케이지가 없어도 어디든지 이용할 수 있다.

■개 물림 사고 상황별 대처 방법

개 물림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만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리 알아둔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반려견아카데미 최용 원장과 함께 개 물림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알아봤다.

우선 사람이 개에 물렸을 경우, 소형견이라면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대형견이나 맹견에게 물렸다면 급소 부위인 목이나 귀를 감싸 보호하고 몸을 최대한 공처럼 웅크려 자신의 몸을 방어한 뒤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려견이 다른 개에 물렸다면 주변에 위협이 될만한 물건을 휘두르거나 집어던져 최대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려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주인이 당황해 반려견을 당기거나 흔들어 떼어내려 한다면 물고 있는 개가 흥분해 더 세게 공격할 수 있다.

개 물림 사고를 목격했다면 도와주려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오히려 개를 흥분시키거나 도와주는 사람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어 물건을 이용해 시선을 돌려주거나 자신에게 달려들 것에 대비해 가방이나 옷가지 등을 대신 물려주는 방법이 가장 좋다.

최용 원장은 “사고 상황이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거리에서 흥분하거나 공격성을 가진 개를 마주쳤다면 놀라 도망가거나 소리 지르지 말고 차분하게 시선을 피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개 물림 사고 예방법은?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반려견과 견주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격성이 강한 개라도 견주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만 한다면 개체에 따라 걸리는 시간과 노력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또한 반려견 입양 전 견주에 대한 교육도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맹견이나 공격성이 있는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라면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반려견 동반 외출 시 목줄, 가슴줄, 입마개 등 안전조치와 일정 거리 유지는 기본이다. 언제든지 사고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목줄은 짧게 잡거나 2m 이내로 사용하자. 또한 자신의 반려견이 누군가를 물려고 했던 전력이 있거나 공격성이 강한 개라면 맹견이 아니더라도 외출 시 반드시 입마개를 채우고 다녀야 한다. 성격이 예민한 반려견에게 누군가 다가온다면 “오지마세요. 애가 좀 예민해요”라고 말해 주의와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 원장은 “이제는 반려견과 견주 모두에게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며 “견종에 상관없이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공격성이 강한 개라면 보호자는 더욱이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려인이 지켜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비반려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예방하는 법을 아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론 견주의 책임감과 배려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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