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31년 포화상태에 도달할 예정인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임시 보관할 ‘건식 저장시설’을 2029년까지 고리원전 부지 내에 새로 건립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부울경 주민의 반발 등 강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부와 원전 사업자 한수원은 고리원전(고리 2·3·4호기, 신고리 1·2호기)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할 ‘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을 2029년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2031년에는 고리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2031년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2년에 한울원전이 ‘원전시설 내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이 포화에 도달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현재로선 없어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관련 시민단체와 부산시민은 영구처분시설을 다른 지역에 건립할 방안이 없는 상황으로 임시 저장시설이 영구처분시설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여기에 더해 노후돼 폐기해야 할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임시 저장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안전성 문제’와 ‘ 중간저장시설 적기 확보(2043년)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건식 저장시설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입장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992년부터 월성원전 내에서 건식 저장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33개 원전 운영국 가운데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22개국이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물 임시 저장시설을 장기간 지척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원전밀집지역 부울경 주민들은 원전 사고와 방사선 피폭 등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다.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은 ‘2043년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지 한시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중간저장시설은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20년 내인 2043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은 부지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 내인 2060년까지 각각 확보(준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 확보가 기본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부울경 주민들과 환경·탈핵단체 등이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건립 방안에 대해 “원전밀집지역인 부울경 지역에 장기간 핵폐기장화가 불 보듯 하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어렵사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이 계획대로 2029년까지 차질 없이 건립된다 하더라도 이보다 난제인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작업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악의 카드로 정부와 한수원이 절차와 시간에 쫓겨 중간저장시설을 배제(패싱)하고 영구처분시설로 직행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