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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인 출입 막은 아파트 ‘철책’ 이웃간 ‘인정’도 막았다

    입력 : 2022-11-29 18: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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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시설 등 이용 금지 푯말
    수영구 모 아파트 철책 논란
    시공사-입대의 책임 공방도
    구청 명령에 철거는 했지만
    이웃간 상처는 그대로 남아

    부산 수영구의 한 신축 고급 아파트가 인근 주민의 단지 내 시설 이용을 막기 위해 철책을 설치(위쪽)했다가 구청의 시정 명령을 받고 철거(아래쪽)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신축 고급 아파트가 인근 주민의 단지 내 시설 이용을 막기 위해 철책을 설치(위쪽)했다가 구청의 시정 명령을 받고 철거(아래쪽)했다.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에 이웃 아파트 주민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책이 설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청의 시정명령으로 철거가 이뤄졌지만, 아파트 주민들끼리 재산적 가치를 지키려 뭉치면서 이웃과는 멀어지는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달 초 수영구 A 아파트와 B 아파트 경계에 철책이 설치됐다. 보안시설 철책처럼 예리하지는 않지만 둥근 철책 중간 중간에 쇠가시가 달렸다. 철책은 주로 A 아파트 공원과 놀이시설을 둘러쌌으며, 근처에는 ‘월담금지’ 푯말도 붙었다.


    철책의 목적은 B 아파트 주민들의 ‘무단출입’ 방지였다. 올해 준공된 A 아파트의 부대 시설 상태가 좋다 보니, B 아파트 주민들이 담장을 넘어왔고 일부 기물이 파손되는 일까지 있었다는 게 A 아파트 측의 설명이다.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B 아파트 주민들이 풋살장, 농구장, 공원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게 몇 개월 됐다”며 “B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무단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아파트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철책의 등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모멸감’도 느꼈다고 한다. 철책이 주는 이미지 탓에 자신들이 ‘범법자’ 취급을 받은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또 A 아파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B 아파트에 더 적대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현하는 이도 있었다.

    B 아파트 입주민 한 모(71) 씨는 “이웃끼리 갈등을 조장하는 건지, A 아파트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교도소도 아니고 보기 흉하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서 모(66) 씨는 “주민들과 아이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철책이 설치됐다”며 “놀이터와 어린이 풋살장 근처에 설치된 철책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철책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지면서 B 아파트 측은 지난 8일 철책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수영구청 건축과에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구청은 현장을 살핀 뒤 A 아파트 측에 이달 말까지 철책을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전달했다. 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시설물 설치 전에 행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철책은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A 아파트 측은 결국 지난 25일 철책을 완전히 제거하고, 구청에 관련 내용을 제출했다.

    A 아파트 내부에서도 철책 설치는 너무 과한 대응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주택관리법을 어기면서까지 설치가 됐다는 게 확인되면서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철책 설치 작업을 직접 벌인 곳은 시공사다. 시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철책이 아니라 펜스 설치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철책 설치를 먼저 주장한 적이 없다”며 “시공사에 아파트의 보안을 위해 정문 주 출입구 앞 소방도로를 포함한 모든 경계 부분에 3m 이상의 펜스 설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사항인 담장과 옹벽은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철조망이라도 설치해 달라는 얘기가 나와서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두 아파트 사이의 철책은 한 달이 안돼 사라졌지만, 주민들 사이의 마음의 벽은 상당히 견고해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A 아파트의 한 주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을 괜히 키워서 모두 상처만 남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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