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북항 엑스포 빈 땅에 오픈 카지노를…

입력 : 2023-01-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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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2' 부대 행사로 열린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기자간담회 장면. 연합뉴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2' 부대 행사로 열린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기자간담회 장면. 연합뉴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목숨을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에 오르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카지노 시리즈의 배경이 필리핀 휴양지의 호텔 카지노. 차무식은 필리핀 정부로부터 카지노 허가를 받아, 국내 부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카지노판을 벌여 주고, 돈을 환치기해서 송금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자크’. 대도시 시카고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가장 등 평범한 가족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검은돈에 휘말려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에서도 오지인 오자크 휴양지로 도망친다. 이들은 오자크 호수 위에 선상 카지노를 설립해 마약 카르텔의 블랙 머니를 세탁한다. 카지노 허가를 둘러싼 정치권의 결탁과 돈세탁, 멕시코 갱들의 검은 거래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카지노와 관련된 OTT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카지노 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판을 치고 있지만, 세계 각 국가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이 미래 먹거리이자 위기에 빠진 경제를 부흥시킬 산업으로 보고 오히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테마파크, 호텔, 쇼핑몰, 수영장, 마이스센터 등이 포함된 복합관광시설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전멸되다시피 한 관광 산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국가마다 관광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 완전 종식 이후 산업의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점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배우 최민식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최민식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 오픈 카지노 속속 개발

세계 4위 관광대국인 태국이 최근 카지노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태국 하원 의회는 전국 주요 도시에 합법적인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복합오락단지 건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찬성 310표, 반대 9표로 최종 승인했다. 태국 정부가 카지노 합법화를 위해 특별위원회를 꾸린 지 1년여 만이다. 정부는 수도인 방콕을 제외하고, 푸껫과 파타야, 치앙마이, 끄라비, 치앙라이 등 주요 관광도시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최대 5개 건립할 예정이다. 특별위원회는 “오픈 카지노 개발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불법 도박을 억제하고 세수 증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지노 산업에 대한 정책 변화는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20%를 웃도는 태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마카오 등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ited Nations World Tourism Organization)가 2020년 발표한 태국의 관광 수익은 78조 7000억 원으로 미국,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다.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보다도 순위가 높다. 한국은 12위 29조 원으로 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태국은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해 한국과 일본 등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마카오 세계 최대 카지노 호텔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 카지노 게임장 전경. 연합뉴스 마카오 세계 최대 카지노 호텔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 카지노 게임장 전경. 연합뉴스

■일본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이후 관광 기폭제

2018년 내국인 카지노를 합법화한 일본은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보다 큰 최대 3개의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월드엑스포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 간사이에는 미국 엠지엠과 오릭스 컨소시엄이 2029년 개장을 목표로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사카 간사이 복합리조트는 건립비만 1조 800억 엔(약 10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이후에 문을 여는 대형 복합리조트가 일본 관광 시장의 제2 부흥기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에도 카지노 오스트리아가 4383억 엔(약 4조 3000억 원)을 들여 2027년까지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건립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관광 판도를 바꿀 파격적인 일본의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부산과 제주도 등 외국인 카지노를 찾던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인접한 한국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도 ‘카지노+리조트’로 확장 중

마카오 지방정부도 주요 카지노업체를 복합리조트 시설로 탈바꿈시켜 ‘카지노+리조트’ 형태로 영업권을 허가하고 있다. 이번에 카지노형 리조트 사업권을 따낸 업체는 MGM그랜드파라다이스, 갤럭시카지노, 베니션마카오, 멜코리조트마카오, 윈리조트마카오, SJM리조트 등 총 6곳. 135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마카오 정부로부터 10년 영업권을 보장받았다.

베니션마카오는 기존 회의 시설을 각종 국제회의나 업계 관련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대규모 회의 및 행사 시설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갤럭시카지노도 61만㎡ 규모의 최첨단 테마파크와 현재 1600석 규모인 컨벤션 센터를 각종 스포츠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개조하기로 했다. 멜코리조트마카오는 연중무휴 운영이 가능한 대규모 실내 워터파크를 운영하기로 했다. 갤럭시카지노가 한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해외 관광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태세다.


싱가포르의 경우 2개의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6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과 1조 원 이상의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전경.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경우 2개의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6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과 1조 원 이상의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전경. 연합뉴스

■아시아 복합리조트 개발 원조 싱가포르

2010년 미국 샌즈그룹의 마리나 베이 샌즈, 말레이시아 겐팅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 월드 센토사가 문을 연 싱가포르는 카지노와 쇼핑센터, 컨벤션 시설이 포함된 복합리조트로 아시아 여행의 판도를 흔들었다. 샌즈그룹이 69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를 들여 건립한 마리나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랜드마크다. 말레이시아 겐팅그룹은 50억 달러(약 6조 원)를 들여 센토사섬을 최고급 여행지로 탈바꿈시켰다.

샌즈와 겐팅은 지난해 카지노 영업장을 확장하는 조건으로 각각 33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카지노 세율을 기존 15%에서 18%로 인상하기로 한 싱가포르 정부는 샌즈와 겐팅 그룹의 카지노 운영권을 2030년까지 연장하면서 제2의 복합리조트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싱가포르는 성장동력이 멈춘 상태에서 센토사섬의 카지노,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를 개장하면서 연평균 두 자릿수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전경. 강원랜드 제공 강원랜드 카지노 전경. 강원랜드 제공

■한국만 오픈 카지노 경쟁에서 뒤처져

아시아 국가들이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해 뛰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다. 복합리조트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오픈 카지노의 사행성 논란에 발목이 잡혀 구체적인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칫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치열한 카지노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한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인 경쟁력이 있는지, 아시아 국가의 복합리조트 확장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선 서울과 부산, 인천, 강원, 대구, 제주 6개 도시에서 총 17개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 정선 강원랜드 1곳으로 나머지 16곳은 모두 외국인 출입만 허용하는 외국인 전용 시설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 태국, 필리핀, 마카오까지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국내 관광과 컨벤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면서 “현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연간 약 20조 원이 넘는 돈이 해외에서 도박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돈의 일부라도 국내로 흡수할 수 있다면 생산적인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2030월드엑스포 예정지인 부산 북항 전경. 부산일보DB 2030월드엑스포 예정지인 부산 북항 전경. 부산일보DB

■북항 엑스포 부지에 복합리조트를

부산은 경제 위기와 청년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정대로 2030월드엑스포를 부산 북항에 개최한 뒤, 그 부지에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개발할 경우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과 돈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 부산의 관광·컨벤션, 식품·서비스업은 물론이고 북항 블록체인특구와 맞물린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메가 스케일의 복합리조트 유치는 부산을 국제적인 관광·컨벤션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2030월드엑스포 개최 시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특별법 마련 등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가가 대규모 재정 투자 없이 복합리조트 특별법을 통한 외자 유치만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 물론, 카지노 허용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외자 10조 원 이상을 투자 받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불필요한 도시 간 출혈 경쟁도 피할 수 있다.

K푸드, K팝 등 높아진 국가 위상과 2029년 개항될 가덕신공항,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라는 도시 브랜드에 북항 복합리조트가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부산이 아시아의 관광·컨벤션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 유치와 함께 복합리조트 유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김태균 부산상공회의소 홍보팀장은 “복합리조트의 도입은 특별법 제정부터 허가, 건설, 개장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프로젝트”라면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산 북항 엑스포 부지에 복합리조트를 개발해 엑스포 이후의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일본과 태국, 싱가포르에 오픈 카지노를 주력으로 하는 복합 리조트가 들어선다면, 한국 관광 산업의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가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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