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서울행’ 가속… 부산 환자 매일 156명 서울로

입력 : 2025-07-15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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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013~2023년 자료 분석
11년간 지방 환자 935만 명 유출
진료비도 천정부지… 배 넘게 ↑
지역 인프라·투자·서비스 개선
서울행 발길 돌릴 의료 대책 시급

부산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환자 진료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재찬 기자 부산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환자 진료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재찬 기자

일명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가 최근 11년간 9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6대 암 환자도 11년간 120만 명이 치료를 위해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해야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는 의료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보한 2013~2023년 관내·관외 진료 현황 통계를 분석해 보니, 주소지가 비수도권인 환자를 기준으로 서울 상급종합병원 진료실 인원은 이 기간 총 935만 6796명으로 집계됐다. 진료실 인원은 한 병원에서 여러 번 진료를 받더라도 1번으로 집계되는 항목으로, 진료를 받은 실제 환자 수다.

2013년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는 75만 5313명이었는데, 이후 대체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 10년 뒤인 2023년엔 100만 5973명으로 나타났다.

부산 환자도 최근엔 매년 5만 명 이상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만 2634명이 서울 큰 병원을 찾았고, 이후 4만 명대를 오가다 2019년에는 5만 명 선을 넘었다.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4만 5522명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부터는 다시 5만 명 이상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2023년에는 5만 7111명으로 집계되는데, 공휴일을 포함하더라도 매일 부산 환자 156명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대 암으로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도 지난 11년간 127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증가했는데, 2013년 9만 5815명에서 2023년엔 13만 9794명으로 늘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부산 암 환자는 2013년 7124명에서 2023년엔 1만 326명으로 증가했다.

진료비도 폭증했다. 2023년 비수도권 전체 환자의 서울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3조 1343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3년 진료비 1조 2542억 원의 배를 넘는 금액이다. 비급여 항목이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진료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8년 진료권 폐지, 2004년 KTX 개통 이후 가속화된 지역 환자의 원정 진료는 이제 의료 생태계의 ‘상수’가 됐다. 최근 지역 환자의 서울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부산일보 6월 17일 자 1면 보도)가 알려졌는데, 건보공단 통계에서 나타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부산대 예방의학과 윤태호 교수는 “수도권 병원의 투자 역량이 높고, 투자한 만큼 회수하기 위해 비수도권 환자를 유치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구조다”며 “건강보험 수가 인상은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 서울이 더 유리한 결과로 돌아갈 수 있고, 지역의료 수가처럼 지역에 특화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 사회적인 수도권 집중화 흐름이 전환되지 않으면, 서울 대형 병원에 지역 환자가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신대 의료경영학과 배성권 교수는 “(의료 유출을 줄이려면) 부산에 스타 의사가 있고 의료 수준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환자들에게 증빙할 수 있어야 하나, 수술 건수 등 지표를 보면 부산이 상위권에 속하지 않는다”며 “의료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전환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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