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변화하라, 한국 야구

입력 : 2023-03-16 19: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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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프부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가 열린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대회가 ‘14년 만의 4강 진출’과 KBO 리그 부흥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로 되찾은 국내 프로축구 열기처럼 프로야구 열기도 되살아나길 기대했습니다.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었습니다. 과정은 참담했습니다. 세리머니 주루사에 3연속 사사구·밀어내기 볼넷이 나왔습니다. 국민은 실망했습니다.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 변방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도쿄돔에서 확인한 한국 야구는 분명 약했습니다. 강팀과의 막상막하 경기 장면은 없었습니다. 약팀에게 득점 기회를 내주는 모습은 많았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강자들이 모인 대표팀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경기력이었습니다.

한국 야구는 바뀌어야 합니다. 바뀌어야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은 우수한 선수 육성입니다. 고교·대학 아마야구에서의 야구 교육이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아마 야구는 한국 프로야구 성장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든든한 뿌리 없는 KBO 리그 발전·국제 야구 성장은 허상일 뿐입니다.

고교·대학 야구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부족한 훈련 시간을 안타까워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전국 대회를 제패한 부산 지역 야구부 A 감독은 “선수들이 야구의 기본기를 다질 시스템이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또 다른 B 감독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충분히 훈련하지 못한 선수들이 프로야구에 진출하다 보니 KBO 리그는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한국 고교 야구 선수들은 학업 시간이 끝난 뒤에야 야구부 훈련에 참가합니다. 대학 야구 선수들도 학점 이수를 위한 기본 학업 시간을 채운 뒤 오후 늦은 시간에 팀 훈련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속에 아마 야구 선수들이 기본기를 다지고, 체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한 환경입니다. 지도자들은 “제한된 훈련 시간을 활용해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는다면 야구 실력 역시 늘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재 고교·대학에서 땀 흘려 훈련하고 있는 선수는 곧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 갈 재목입니다. WBC 등 국제 야구 대회는 이들 선수들이 뛰어야 할 무대이기도 합니다. 미래 한국 야구의 기둥들이 더욱 튼튼한 체력과 단단한 실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야구계는 2023 WBC에서 겪은 고통을 미래 성장의 밑거름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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