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 차량 2부제 동참, 엑스포 유치 ‘성공 열쇠’

입력 : 2023-03-30 15:14:59 수정 : 2023-03-30 16:37:2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정임수 부산시 교통국장



부산은 1950년 6월 25일부터 3년여간 지속된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피난민들로 부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후 1963년 직할시 승격을 거쳐, 1970년대에는 신발, 섬유, 합판 등 경공업의 비약적 성장을 토대로 국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겪으며 도소매업, 운수업 등 내수형 서비스업이 지역을 견인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부산의 신성장 동력이 되지는 못했고, 이제는 인구 감소 등 각종 도시 문제를 겪고 있다.

어쩌면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교통난일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부산 이외에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도로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자동차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일테다. 우리나라가 교통 혼잡으로 낭비하는 비용은 2018년 기준 연간 6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국방예산(55조 원)보다 24%나 더 많다.

부산의 도로 여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시민들이 출·퇴근에 소모하는 시간은 평균 89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8분보다 61분, 그러니까 1시간 이상을 더 소모하고 있어, 교통이 일과 삶의 균형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부산이 지닌 특별한 지형도 주요 원인이다. ‘삼포(三抱) 지향의 도시’ 부산은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 산업단지도 도시 중심지보다는 주로 근교와 외곽에 위치하다 보니 동서 횡단을 위해 도심을 관통해야 하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외곽 순환도로, 내부 순환도로망 등으로 간선도로 교통량을 우회시켜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있지만, 도로 위 차량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 획기적인 개선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지난 13일 월요일 새벽 동서고가로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를 떠올리면, 부산의 교통혼잡 현주소가 곧바로 느껴진다. 이날 동서고가로에서 발생한 사고 수습을 위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서면, 연산동, 심지어는 안락동까지 연쇄 정체가 발생했다.

부산 시민의 염원인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실사를 앞두고, 부산의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날의 사고는 아찔한 기억이었다. 코 앞으로 다가온 BIE 실사단의 부산 시내 이동 동선 중에는 교량, 고가도로, 터널, 지하차로 등을 지나가는 구간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상습 정체구간인 대남지하차도와 동서고가로 또한 실사단이 탑승한 차량의 통과가 불가피한데, 이곳에서는 갓길과 같은 비상차로도 없어,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운행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산시는 경찰·소방·보험사 등 관계 기관 합동으로 주요 지점에 ‘현장 신속대응 조치반’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사후 대처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교통은 일상과 가장 밀접한 분야로 실사단이 이동 중 도로에서 받는 인상은 도시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시는 현지실사 기간인 4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시민 스스로 차량을 격일 운행하는 ‘자율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중교통 운행을 확대하고 2부제 적용 차량의 공공기관 부설 주차장 출입도 제한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도 시민의 공감과 협조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이번 ‘자율 차량 2부제’도 수준 높은 부산 시민의 행동이 뒤따라야 의미가 있다.

‘자율 차량 2부제’는 단순히 원활한 교통 확보라는 의미를 넘어 부산과 대한민국의 품격을 한 차원 더 높일 소중한 실천이다. 물론 시행 중에는 적잖은 불편도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부산의 성공적인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는 아름다운 희생을 보인다면,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희망이 아니라 현실로 곧 다가오게 될 것이다. 정임수 부산시 교통국장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