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신고 당한 30대, 경찰 조사 1시간 뒤 전 연인 살해

입력 : 2023-05-26 20:31:58 수정 : 2023-05-30 15: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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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으로 신고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 씨가 26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서울 금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 씨가 26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서울 금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당한 30대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지 1시간여 만에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금천경찰서는 이날 오후 김 모(33)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7시 20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A(47)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범행 직후 의식이 없는 A 씨를 렌터카에 태우고 달아났다가 8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3시 25분 경기 파주시 한 야산의 공터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 씨가 타고 있던 차량 뒷좌석에서 A 씨 시신을 발견했다.


앞서 김 씨는 이날 오전 5시 37분 김 씨의 데이트 폭력 신고로 경찰에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오전 6시 11분 조사를 마치고 나와 1시간 6분 만에 범행했다. A 씨가 피해자 조사를 마친 시각은 오전 7시10분이었다. 김 씨와 A 씨는 1년 전 교제를 시작해 서울 금천구 A 씨 집에서 동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신고에 대해 따지려고 집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41분 주차장에서 핏자국을 발견한 상가 관리소장의 신고를 받고 인근 CCTV를 분석해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인근 주민 2명이 A 씨를 끌고가 차에 태우는 김 씨를 목격했지만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A 씨를 살해했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상가 관리소장이 신고한 시각 김씨는 이미 차를 몰고 파주로 도주한 뒤였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경찰 조사 직후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피해자 보호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범죄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한 '위험성 판단 체크'를 하고 스마트워치 착용과 임시숙소 제공을 권했지만 A 씨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A 씨가 팔을 잡아당기는 정도의 폭력을 당했다고만 신고해 접근금지 처분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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