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국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60%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부산의 경우 5월에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60%를 넘었다. 2월에 63.8%로 크게 치솟은 후 3~4월엔 월세 비중이 낮아졌으나 5월에 다시 껑충 뛴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전세피해가 확산되고 역전세 상황이 번지자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사람들이 이를 우려해 전세보다는 월세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거시설 총 25만 7183건 가운데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물건은 14만 9452건으로 전체의 58.1%에 달했다. 이는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확정일자 현황이 처음 공개된 2010년 7월 이후 월별 역대 최대 규모다. 월세는 완전 월세뿐만 아니라 보증금이 있는 월세도 포함된다.
모든 전월세 거래가 통계에 포함된 것은 아니고 확정일자를 받은 거래만 포함됐지만 대부분 임대차 계약에서 확정일자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추세를 살펴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대법원 확정일자 통계에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등 보증금 보호 및 대항력 확보가 필요한 주거시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 2월 56.1%였던 전국 월세 비중은 3월과 4월에 각각 54.3%, 52.8%로 두달 연속 감소했지만 5월 들어 58% 넘어서며 월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8만 358건 가운데 월세가 4만 7793건으로, 59.5%에 달했다. 경기도의 월세 비중은 55.0%, 인천은 51.9%였다.
부산은 5월에 확정일자를 신고한 임대차 계약 1만 3615건 중 전세는 5430건, 월세는 8185건으로 월세 비중이 60.1%였다. 부산의 월세는 △1월 6392건 △2월 1만 97건 △3월 7173건 △4월 5178건 △5월 8185건으로 5월 들어 다시 월세 계약이 크게 늘어났다. 2월 당시에는 전세피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이 대거 월세로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5월에 부산에서 가장 많이 월세 거래를 한 곳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으로 463건에 이르렀다. 이곳의 전세는 272건이었다.
지난해에도 부산에서는 월세 거래가 5월에 1만 건을 넘었으나 월세비중은 58.7%로 60%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세피해를 걱정한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지금보다 더 심화할 경우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심리로 월세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