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단지 중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연제구 연산동 망미주공아파트(연산5구역)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재건축에 다른 목소리를 냈던 아파트 내 테라스동 가구들이 재건축 쪽으로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연산5구역 정비사업조합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11일 "재건축 조합 창립 총회를 오는 9월 중순에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조합이 예정대로 설립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 건설사를 선정하고 2027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2030년 하반기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산5구역 정비사업은 1986년에 지어진 23개 동 2038가구의 망미주공아파트와 주변 상가 등을 19개 동 320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은 2007년부터 추진됐는데, 2015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으면서 본격화됐다. 2021년에는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그해 4월에는 동의율 68%로 추진위가 출범했다.
망미주공아파트는 부산 최초로 1층 단독형 테라스를 적용하고, 필로티 구조를 도입해 혁신적인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특수성 때문에 조합 설립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소유자의 75%, 동별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3월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의 동의율은 모두 80%를 넘겼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면 조합 설립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망미주공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상가 외에도 테라스동 소유자, 단독 상가 소유자 등과의 협의가 필요했다. 특히 테라스동에는 10가구씩 4개 동, 총 40가구가 살고 있는데 거주 만족도가 높다 보니 재건축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동별 50% 이상 동의’ 조건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연산5구역 강경호 추진위원장은 “오랫동안 테라스동 협의회와 이견을 조율한 끝에 정관안, 선거관리안 등에 합의했다. 최종적으로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할 지자체인 연제구청에 관련 질의를 보내 놓은 상태다. 구청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으면 이를 확정하고 창립 총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망미주공아파트는 현재 부산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가구 수가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3060가구) 다음으로 많다. 재건축 대어로 평가를 받는 동래구 온천동 럭키아파트 1536가구, 수영구 현대아파트 1180가구와 비교해도 가구가 많다. 게다가 가구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지 면적도 넓어 단지 입주민이 받는 대지 지분도 넓다. 이 덕분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 추진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해운대구와 인접한 데다 우수한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어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관심이 높고, 상당수 1군 건설사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강 위원장은 “주민마다 입장이 달랐지만, 오랫동안 협의를 진행해 재건축에 대한 공감대를 모았다. 곧 창립 총회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장 규모가 크고 사업성도 좋다 보니 1군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