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부동산 경기 지표들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개선되면서 미계약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등 분양시장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8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6.8 대비 53.2포인트(P) 오른 수치다. 부산지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 1월 46.4를 기록한 이후 올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4월(84.0)에 80을 돌파한 이후 7월 90을 넘어 8월 기준점인 100에 도달했다. 이는 2021년 8월 106.6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를 지표화한 것이다. 부산이 8월 기록한 100은 기준점이다. 100보다 수치가 높으면 주택사업 경기가 긍정적인 것으로 전망하는 건설사들이 더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올 초만 하더라도 향후 부동산 전망에 비관적인 전망이 절대 우세였지만, 8월엔 향후 부동산 경기를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보는 건설사들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도 부산은 7월 78.9에서 8월 108.7로 수직상승했다.
전국적으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8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6.7로 2021년 6월(10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은 전월 대비 16.9P(100.8→117.7) 상승했다. 인천이 21.7P(86.6→108.3)로 지난달보다 기준선인 100 이상으로 상승했고, 서울 역시 127.2를 기록, 지난달에 비해 17.2P 올랐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등 매수심리 회복과 청약경쟁률도 높아지는 추세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었다가 살짝 녹은 부동산 심리는 분양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여기에 미분양을 우려한 시공사들이 계약금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며 부산지역 분양권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앞서 지난 3월 일반공급 청약에서 1878가구 모집에 1136명이 신청해 평균 0.6 대 1이라는 부진한 경쟁률을 보였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데다 1군 브랜드였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당연히 계약률도 낮았고, 업계에서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도 우려했다. 이에 두산건설은 계약금을 5%로 낮추는 등 혜택을 제공했고 지난달 완판됐다.
에코델타시티 대방 디에트로도 907가구 모집에 1209명이 신청해 1.33 대 1을 기록하는 등 초반 청약률이 낮아 고전했지만,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지난달 100% 분양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청약률에도 빠르게 ‘완판’에 합류한 단지가 늘어나는 이유로 회복되는 시장 전망을 꼽았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완판 단지의 증가는 1~2년 뒤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분양가가 올라가는 추세지만, 전매제한이 풀리며 잔금을 치르기보다 입주 전에 소위 ‘피’를 받고 팔겠다는 투자 수요가 많이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계약금도 올라갔는데 10%에서 5%로 계약금을 낮추며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시장 전망이 향후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는데 계약금으로 한 번에 지불해야 할 7000만~80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계약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자 청약 때 이를 포기한 수요자들이 많이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