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분양한 대연 디아이엘이 3.3㎡당 분양가 2300만 원이라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계약을 시작한 지 18일 만에 완판됐다. 고분양가 논란에 2300가구가 넘는 물량이 풀려 완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입주 물량 부족과 함께 분양가가 계속 오르며 ‘지금이 가장 싸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빠르게 계약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주택 공급이 준다
3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으로 생산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부산에는 하반기 1만 9135가구가 입주한다. 2024년에는 1만 5537가구, 2025년 상반기에는 7127가구만이 입주 예정이다. 올해 부산에 2만 2839가구가 입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거의 1만 가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는데 공급되는 물량이 줄다 보면 그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부산은 올해까지는 물량이 많지만 내년부터는 공급되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대로 청약률은 나빴지만 계약률은 높은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 남구 우암동에서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청약경쟁률이 0.6 대 1을 기록해 대규모 미분양이 우려됐지만 결국 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실거주보다도 투자 목적의 계약이 많은데 특히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신규 단지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주택사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8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6.8 대비 53.2포인트(P) 오른 수치다. 부산지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 1월 46.4를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4월(84.0)에 80을 돌파한 이후 7월 90을 넘어 8월 기준점인 100에 도달했다. 이는 2021년 8월 106.6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오르는 분양가에 불안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분양가 역시 분양권 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에 따르면 부산지역 지난 7월 ㎡당 아파트 분양가는 626만 9000원을 기록했다. 이를 3.3㎡(평)당으로 바꾸면 2068만 7700만 원이다.
부산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해 7월 ㎡당 아파트 분양가는 545만 2000원, 2021년 ㎡당 아파트 분양가는 439만 2000원, 2020년 7월 ㎡당 아파트 분양가는 408만 1000원, 2019년 7월 ㎡당 아파트 분양가는 387만 2000원이다. 5년 만에 분양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소위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34평형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7월에는 7억 300만 원이 있으면 34평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지만 5년 전인 2019년에는 4억 43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앞으로도 공사 비용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사람들이 ‘앞으로 더 오르면 어쩌나’라는 생각으로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 폭등기를 경험한 이들이 분양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향후에는 부동산 시장도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가가 오른 만큼 자금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강 원장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규제도 많고 금리도 높은 상황이라 자금 계획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자금난에 허덕일 수 있다”며 “전매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은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