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지방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분권형, 지방주도형’ 4대 특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방 미래 열 두 견인차 ‘기업’ ‘교육’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방 투자 촉진,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다. 기회발전특구의 경우 지방정부가 여의도 면적(광역시 150만 평, 도 200만 평) 정도의 공간을 선정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지정을 신청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정주 여건 개선 등 기존 특구와 차별화되는 10종 이상의 특혜가 꾸러미로 제공된다. 그간 수도권 기업의 지역 이전과 투자 확대에 걸림돌로 지목됐던 법인세, 양도세, 가업 상속세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기회발전특구에 주어진다.
교육자유특구는 수도권 못지않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방 공교육 혁신과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인재 양성을 추진하는 교육자유특구는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추진된다. 교육자유특구는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 지역 산업·교육 생태계 주체들이 협력해 지역 공교육 혁신, 지방 인재 양성, 정주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지역 교육에 대한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확대하고, 시도교육청과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 맞춤형 교육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 규제 해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 중고교의 공교육이 한층 탄탄해지고 지방대 또한 과거의 지역 명문대로서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센텀2지구 미래 산업 육성 산실로
정부는 지역판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인 도심융합특구 조성에도 나선다. 도심융합특구에서는 쇠퇴해가는 지방 대도시의 도심을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職·첨단벤처일자리)·주(住·주거)·락(樂·상업, 문화, 여가)’이 집약된 복합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건축 규제 완화, 청년 창업, 인재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도심융합특구는 도시 외곽에서 추진됐던 기존 지역 개발과는 달리 KTX나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도심을 중심으로 조성해 지방에도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공간이 여러 개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하반기에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내년부터 지방 5대 광역시(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를 중심으로 지역별 특색에 맞는 도심융합특구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센텀2지구 도심첨단산업단지 일원이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미래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 특화육성 지구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특구를 통해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자산으로 키워내는 ‘로컬리즘(지방다움)’ 정책도 본격 추진된다. 오는 12월 7개 권역에서 13개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해 도시별로 문화 향유 프로그램 개발, 문화공간 조성, 지역별 문화 콘텐츠 생산, 문화 인력 양성 등에 3년간 최대 200억 원을 지원한다. 또 지방의 자원·문화 특성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지역 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역 대표 기업인 로컬브랜드도 육성(2024년 88억 원)해 지역 문화·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디지털 혁신지구를 5개 이상 조성하고 2027년까지 과학기술원(KAIST·GIST 등) 부설 AI 영재고 2개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기반으로 지방 신산업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15개 국가 첨단전략산업단지 조성과 지방 '킬러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방시대위원회 관계자는 “4대 특구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지방 정책이 이행되면 양질의 신규 일자리와 청년 인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이 지역의 혁신과 인재 양성의 산실이 되는 미래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