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인하 요구 '모르쇠' 일관, 은행권 왜 이러나

입력 : 2023-09-19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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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대 마진 지난달보다 늘고
직원 금융 사고 회수율 11% 그쳐

금융당국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한 달 새 확대된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한 달 새 확대된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노린 ‘이자 장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평균 0.934%포인트(P)로 지난달보다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가계대출 금리는 올리고, 저축성수신금리는 오히려 하락시켜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 마진을 대거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은행은 예대 마진이 최대 5.76%포인트(P)에 이르는 등 시중은행보다도 높았다. 은행이 특별한 영업 노하우보다는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금리를 대폭 올리고, 금리 인하기에는 예금 금리를 발 빠르게 내리는 등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막대한 수익만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은행의 노골적인 이자 장사, 수수료 장사 영업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으로서는 지난달 1075조 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금리가 0.1%P만 상승해도 산술적으로 1조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앉아서 챙기는 셈이다. 그 숫자 아래에는 ‘영끌’과 ‘빚투’ 등 수많은 사람의 눈물이 서려 있다. 오죽했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고금리 이자 장사로 공익을 외면한다”라고 질타할 정도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고통 분담 요구에도 은행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횡령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은행 내부 직원에 의한 금융 사고 손실액이 천문학적이지만, 범죄 행각을 늦게 발각하거나, 방치·은닉하는 바람에 회수율은 1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은행 직원에 의한 금융 사고 피해액 대부분이 국민의 고혈로 충당된 셈이다. BNK경남은행 간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하면서 15년간 562억 원을 횡령했지만, 은행은 검찰 통보를 받은 뒤에야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는 우리은행 직원이 기업 인수합병 관련 계약금 600억여 원을 10년에 걸쳐 빼돌렸다. 어느 은행이고 내부 통제 시스템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수많은 국민이 고금리로 허리가 휘지만, 은행은 과도한 이자 장사로 배만 불리고 높은 성과급 등 돈잔치만 한 셈이다. 공공성을 외면한 은행의 장삿속과 도덕적 해이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과 상생하려는 공공 의식은 찾기조차 어렵다. 은행들의 이런 행태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도 답답한 노릇이다. 지나친 예대 마진으로 서민과 기업의 고혈을 쥐어짜는 영업 방식은 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참에 은행 이자 수익을 환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은행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금융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과 상생하려는 은행의 자정 노력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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