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장악 성공한 ‘친명계’, 다음 수순은 ‘비명계’ 퇴출?

입력 : 2023-09-26 18: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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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구속 관계 없이 체제 사수”
친명 지도부 중심 당권 지키기 나설 듯
이 대표도 당권 유지 의사 간접 내비쳐
‘가결파’에 대한 징계 등 퇴출 기류 강해
중장기적으로 ‘비명’ 반발 가능성 높아
계파 갈등 격화 땐 분당 위기 맞을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에도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 단일 체제를 유지하게 됐으나 당내 비명계 역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어 당 기류는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2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에도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 단일 체제를 유지하게 됐으나 당내 비명계 역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어 당 기류는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2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자정을 전후해 결정된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 대표의 개인의 정치생명 뿐만 아니라 총선 7개월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강성 당원을 등에 업은 친명(친이재명)계가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당을 일원화한 데 이어 친명 성향의 홍익표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당장은 민주당이 친명 단일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던 친명 김민석 의원을 조기 탈락시키는 등 당내 비명계 역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어 당 기류는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민주당 등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는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당 장악력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영장심사 전에는 이 대표 구속 시 ‘옥중 공천’까지 불사할 수 있다며 비명계 누르기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당 정책위의장인 김민석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돼도 사퇴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어떤 경우든 이번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 대표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 역시 간접적으로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 출석 전 시점에 “구치소에 간다고 해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고 보석 청구하고 계속 싸워야 한다”며 “당 공천장은 이 대표 명의로 나갈 거라고 말했는데 그 사인이라고 본다”고 주장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영상에 ‘공감’을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당 내에서도 친명계 등의 압박이 통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당 지도부 내 비명계가 일시에 퇴진했고, ‘이재명 사수’를 외치는 강성 친명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점에서 이 대표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가진다.

민주당은 이 대표 신병 구속 여부와는 별개로 ‘정치 검찰’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는 한편,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대응 수위도 한층 강경하게 끌고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극심한 갈등 상황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 등을 앞두고 있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당 통합 메시지를 내거나 민생이나 경제를 챙기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당 내부를 향해서는 ‘포용’과 ‘단합’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직접적인 ‘부결’ 요청을 거부한 ‘가결파’에 대해 심정적으로 포용이 가능하겠느냐는 예상이 적지 않다. 결국 가결파에 대한 징계 요구 등 강성 당원들의 요구를 앞세워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퇴출 작업을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거나 하락한다면 당 쇄신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향후 법원 재판 등을 감당해야 할 이 대표가 당무에 관여할 공간이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체포동의안 가결 등으로 당내 입지가 줄어든 비명계도 중·장기적으로 반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내분이 최고조에 달하면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분당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중립 성향 의원은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기권·무효를 표시한 ‘이탈’ 표심이 39명 정도지만,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의원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가 구속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표직을 고수할 경우, 총선까지 당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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