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대출로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올해 2분기에만 연체액이 1조 원 이상 급증했고, 연체율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 2000억 원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014조 2000억 원) 이후 네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넘어섰고, 1분기(1033조 7000억 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9조 5000억 원이나 더 불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 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 3000억 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이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특히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 원에서 2분기 125조 2000억 원으로 2조 2000억 원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187조 2000억 원→200조 9000억 원) 대출도 13조 7000억 원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2금융권에서 뚜렷했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은행에서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급등했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30%P, 1.25%P, 0.17%P씩 높아졌다.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을 걱정하는 이유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 9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 4000억 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대출자)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