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노인과 중년 이상의 여성이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배우는 국가 지원 디지털 교육사업의 내년 예산이 60%나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사 등 지역 인재 일자리 약 1300개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배움터 운영사업 예산은 올해 698억 4000만 원에서 2024년 정부예산안은 279억 3600만 원으로 60%가 삭감됐다.
이 예산은 키오스크 사용법, 스마트폰 열차 예매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본역량부터 심화교육까지 전국 복지관, 주민센터, 도서관 등 가까운 곳에서 국민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배움터 사업에 쓰인다.
정부는 배움터 당 연간(9개월) 교육 단가도 970만 원에서 485만 원으로 절반으로 줄였고, 배움터 개소 수도 목표치 1000개에서 800개로 20% 줄인다는 계획이다. 집에서 가까운 복지관과 주민센터 등에서 실시하던 디지털 교육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교육은 유지되더라도 수업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럴 경우 디지털 교육이 더욱 필요한 60대 이상의 고령층 또는 40대 이상의 여성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정보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N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디지털 배움터 사업으로 디지털 교육을 받은 국민은 79만 2648명으로, 이 가운데 60대 이상은 43만 8008명 55.3%로 집계됐다. 40대 이상 여성은 약 38만 5900명으로 전체 이용자 중 48.7%를 차지했다.
내년부터 교육 기회가 줄어들면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배우기 위해 복지관과 주민센터 등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이 전국적으로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 배움터에서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교육이 진행된다.
NIA의 표준 교육과정에 따르면, △간편결제·송금 방법 알아보기 △배달 앱 알아보기 △키오스크 종류 알기 △키오스크를 활용해 음료 주문하기 등 온라인 금융 서비스와 디지털 주문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대형 폐기물 버리기 △KTX·고속버스·비행기 예약하기 △숙박시설 예약하기 △지도 앱을 활용해 주유소 L(리터)당 가격 비교하기 등 행정·교통·여가 등 일상생활에서 디지털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디지털 배움터 교육은 강사의 강의 외에도, 교육생과 함께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조작을 돕는 서포터즈가 함께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전국 지자체는 지역 인재를 디지털 강사 및 서포터즈로 채용해 올해 약 3600명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대로 사업 예산이 50% 삭감되면 18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필모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사회 전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돼 디지털 비사용자는 일상 속 불편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내년 디지털 배움터 예산을 60%나 삭감한다는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포용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주당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취약계층 포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예산이 복원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