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셋값의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 등으로부터 안전한 고가 아파트들의 전셋값은 최근 넉달간 2% 이상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규모 입주장이 예정되어 있어 시장 상황이 일시적으로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2023년 11월 1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에 비해 0.01% 하락했다. 최근 부산 아파트 전세 가격은 10월 1주 0.01% 상승, 2주 0.01% 하락, 3주 0.01% 상승 , 4주 0.02% 하락, 5주 0.01% 하락 등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있다. 상승 폭과 하락 폭도 크지 않다.
그러나 부산 전체 시장을 세분화해서 보면 고가 아파트들의 최근 전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부동산 지인’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전세 가격 5분위(상위 20%)의 고가 아파트들의 전세 가격은 2.4% 상승했다.
상승 폭은 가격에 비례하는 현상을 보인다. 4분위 아파트는 0.93% 상승, 3분위 아파트는 0.19% 상승했다. 2분위, 1분위 아파트는 하락했는데 2분위 아파트는 1.46%, 1분위 아파트는 1.74%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이 정도 가격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기존 전세 보증금으로 고가 아파트의 전세로 옮길 수 있게 된 이들이 몰려 고가 아파트 전세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집값이 하락하며 역전세에 대한 리스크도 많이 사라진 것도 고가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정부에서 전세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부동산지인 정민하 대표는 “전세 사기 등이 이슈가 되면서 주변 시세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단지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들은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한다. 전세 가격의 움직임은 향후 매매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행지수로 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에 주목한다. 부산에선 오는 11월과 12월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11월 연제구 레이카운티 4470가구, 12월 부산진구 롯데캐슬골드센트럴 2195가구가 입주한다. 여기에 2021년 12월 입주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3853가구)의 전세 기간 만료도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하반기 입주 물량과 2년 전 고점에서 계약한 물건이 시장으로 동시에 나올 경우 전세 시장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4분기에만 9000여 가구가 입주를 하는데 입주장의 규모가 클수록 시장에 주는 충격도 크다”며 “여기에 기존 계약 만료 물건까지 시장에 나오면 일시적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