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에도 파리만”… 부산 아파트, 마이너스 분양권도

입력 : 2023-12-10 21:38:00 수정 : 2023-12-10 21: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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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누계 매매가 하락률 8.47%
전국 평균 5% 크게 넘어 1위 기록
지역 브랜드는 손해 보고 팔 정도
입주 물량 폭탄에 고금리 장기화
단기간 반등·활성화 어려울 전망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값 하락률이 8.4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수영구·해운대구 아파트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값 하락률이 8.4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수영구·해운대구 아파트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값 하락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는 급매를 포함한 매물이 쌓여만 가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도 속속 등장한다.

고금리 장기화, 입주 물량 집중,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등 다양한 원인으로 부산의 집값 하락을 설명할 수 있지만, 결국 지역의 열악한 경제 기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 누계 하락률은 8.4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12월 첫째 주까지의 하락률을 종합한 통계로, 12월 2~4주에 이례적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올해 부동산 하락률 전국 1위는 부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값 하락률은 4.57%였는데 올해 들어 배 가까이 상승했다. 부산에 이어 대구(-8.3%), 경기(-6.05%), 울산(-5.58%) 등의 하락률이 높았으며 전국 평균 하락률은 5%였다.

부산진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 씨는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던 집주인들이 집값을 2000만~3000만 원씩 낮춰 급매로 내놓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별로 오지 않는다”며 “올 상반기에는 그래도 급매에 대한 수요가 있었는데, 하반기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부산지역 아파트 매물은 5만 3660건으로 1년 전(4만 3563건)에 비해 23.1%나 늘었다.

이달 첫째 주 부산지역 매매가는 전주에 비해 0.07% 하락했다. 부산진구(-0.19%)는 부암동과 연지동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영도구(-0.12%)는 동삼동 대단지와 청학동 아파트 위주로 하락세를 보였다. 동구(-0.12%)의 경우 수정동과 좌천동 구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부산 남구의 공인중개사 B 씨는 “브랜드 아파트라도 위치가 애매하면 프리미엄이 없는 ‘무피’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1억 원 넘게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던 곳들”이라며 “지역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권 가격보다 수천만 원이 낮은 가격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고금리가 이어지는 데다 지난 10월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돼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형국이다. 부산의 경우 올해 2만 4000여 세대가 입주했고, 특히 레이카운티 등 9200여 세대가 4분기에 입주하면서 집값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하반기 ‘입주 폭탄’으로 매매가 하락 폭이 커졌다”며 “내년에는 부산지역 입주 물량이 1만 5000세대 정도로 줄어든다. 거기에 금리까지 인하된다면 내년 1~2분기에 바닥을 찍고 가을 이사철부터는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계를 측정하는 ‘시점’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는데, 대구의 경우 그보다 앞선 2021년 하반기부터 하락을 시작했기에 올해 낙폭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열악한 도시 경쟁력도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는 원인으로 손꼽힌다. 경제 기반이 약하고 지역 내에서 만들어지는 자본의 양이 적다보니 외부 자본이 썰물처럼 밀려나가면 시장이 스스로 일어날 원동력을 찾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부산이나 대구 등 광역시에 투자했던 수도권의 부동산 자본이 빠져나간 뒤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거나 자체 생산되지 못하다보니 부동산 경기도 눈에 띄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에 지역 주택 가격이 반등하거나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처럼 금리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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