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남 거제에 조성할 ‘기업혁신파크’(부산일보 2월 23일 자 5면 보도)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한 채 30년 가까이 허송세월인 장목관광단지에 새그림을 덧씌우는 형태인 탓에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 되는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상당하다.
경남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기업혁신파크 선도사업’에 거제 장목관광단지가 선정됐다. 기업혁신파크는 지역에 투자하는 앵커기업 주도로 산업과 관광, 주거와 교육 등 자족 기능이 복합된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기존 기업도시 지원 혜택에다 기업과 지자체 수요를 적극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지원책도 확대 연계한다.
1호 프로젝트가 진행될 거제에는 △개발면적 50% 이상 소유 시 토지수용권 부여 △주 진입도로 설치비 50% 지원, △법인세 감면(사업시행자 3년 50%, 2년 25%, 신설·창업기업 3년 100%, 2년 50%) △국·공유재산 임대료 20% 감면 △유치원·대학교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용 △건축특례(건폐율·용적률 국토계획법 1.5배)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대상지는 장목면 구영리·송진포리 일원 172만㎡다. 기존 장목관광단지(125만㎡) 47만㎡를 확장한 형태다. 이곳에 의료‧바이오, 정보통신기술, 문화예술 등 3대 산업 중심 기업도시를 구축한다. 추정 사업비는 1조 4000억 원. 개발 용지는 △3대 앵커 산업인 케어‧디지털‧아트 기업유치를 위한 업무시설 △고품격 숙박시설‧문화예술전시관‧공연장 건립에 필요한 관광시설 △정주생활 인프라를 위한 기반시설·주거지로 나눠 공급한다.
이를 토대로 2025년 3월 국토교통부에 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실시계획을 통합한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어 2026년 첫 삽을 떠, 2030년까지 상부 주요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2조 5000억 원 생산유발, 1조 원 부가가치 유발, 1만 6000여 명 고용 유발 효과를 비롯해 연간 450만 명 관광객 유치, 정주인구 유입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기대에 부푼 지자체와 달리 정작 대상지 인근 주민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올해로 28년째 가다서기를 반복 중인 장목관광단지 악몽 때문이다. 장목관광단지는 1996년 기본계획이 수립돼 이듬해 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표류 중인 장기 미개발 현장이다.
당시 (주)대우건설이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330만㎡ 부지에 18홀 골프장, 호텔, 컨벤션센터, 테마파크를 갖춘 해양종합위락단지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거치며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건설이 2011년 사업을 포기하면서 방치됐다. 2018년 경남개발공사가 바통을 잇기로 했지만, 인근 마을 주민과 환경단체의 골프장 반대 여론에 밀려 사실상 손을 놨다.
최근엔 경남도가 직접 나섰지만 역부족. 가덕신공항, 남부내륙철도 등 개발 호재를 등에 업은 도는 2022년 5월, 전략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JMTC컨소시엄(Jang Mok Tourism Complex Consortiu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JMTC에는 한국투자증권(주)을 대표사로 한국투자신탁운용(주), (주)다산네트웍스, (주)에스에이치홀딩스, 와이디씨홀딩스(주), (주)지앤아이디씨가 참여했다.
이후 JMTC와 협약을 맺은 도는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엔 JMTC가 설립한 사업법인 (주)그란크루세가 제출한 ‘협약 이행보증서’를 근거로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 조성계획 승인과 토지매입을 완료해 2025년 착공, 2027년 부지조성 완료, 2030년 준공한다는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최근까지 세부 사업계획 수립이나 토지매입 등 후속 조치는 없었다. 기업혁신파크도 마찬가지다. 장목관광단지와 비교해 투자 여건이 일부 개선된 것을 제외하면 사업 성공을 담보할 획기적인 장치는 없다. 무엇보다 정부 재정 지원이 없는 상황에 관건은 대규모 민자 유치인데, 현재로선 프로젝트를 주도할 마땅한 앵커기업이 없다.
정부 발표에도 인근 주민들이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한 주민은 “매번 그럴씨한 계획만 있었지, 실제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핑계대며 괜한 시간만 끌다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민간사업자와 함께 사업 계획수립 단계부터 지구 내 들어설 시설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전담조직도 구성해 적기에 착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