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제석초등 학생들 ‘더부살이’ 시작…최악의 경우 내년 1학기까지

입력 : 2024-03-28 10:50:00 수정 : 2024-03-28 12: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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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138명 7개 학교 분산 배치
전세버스 25대 동원해 일괄 등·학교
복구공사 빨라야 연말께 완료 예상
구조적 문제 발견 시 더 늦어질 수도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제석초 친구들아 반가워, 잘 지내자!”

난데없는 화마에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학교를 잃은 경남 통영시 제석초등학교(부산일보 3월 19일 자 11면 보도 등) 재학생들이 ‘원정 등교’를 시작했다. 화재 피해 정도가 심각해 완전 복구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학생들의 불편한 더부살이는 해를 넘겨도 계속될 전망이다.

통영교육지원청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제석초등 전교생 1138명 전원을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하고 이동 수업을 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전세버스 25대를 동원해 제석초등 앞에서 학생들을 태워 각 학교로 등교시킨 뒤, 일과가 끝나면 다시 제석초등으로 돌아와 하교시키는 방식이다.

1학년 7개 학급 152명은 죽림초등, 2학년 7개 학급 175명은 통영초등, 3학년 8개 학급 204명은 충무초등(4월 1일부터 한려초등), 4학년 9개 학급 214명은 진남초등, 5학년 7개 학급 169명은 유영초등, 6학년 9개 학급 224명은 각각 두룡초등 6개 학급·용남초등 3개 학급으로 나눴다.

학교별로 가깝게는 2.2km 멀게는 7km 이상 떨어져 있다. 바로 옆 죽림초등으로 등교하는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2~6학년은 학년별로 4~6대씩 통학버스가 배차됐다. 교육청은 각 학교, 통영시, 통영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교육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화재 사고가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돼 이동 수업에 나섰다. 분산 배치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석초등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이동 등교 첫날 학교와 학생들의 환대에 제석초등 학생과 학부모들도 일단 한숨 돌렸다. 환영 현수막에 손수 제작한 손팻말을 들고 반기는 아이들 덕분이다. 이를 본 학부모는 “첫날이라 와 봤는데 이렇게 맞아주니 정말 고마웠다. 일단은 안심할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문제는 언제 모교로 돌아갈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화재로 학교 급식소와 40여 개 교실 중 최소 15개가 완전히 불에 타고 나머지 교실도 일부 타거나 연기에 그을려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청소 몇 번 한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고 전했다.

경남교육청은 연말은 돼야 복구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준비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 2월은 돼야 정상 등교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복구액은 최소 100억 원 추산했다. 이는 초등학교 1곳 신설 비용의 4분의 1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밀안전진단 결과 구조적인 문제까지 확인될 경우, 학생들은 내년 1학기까지 더부살이해야 할 수도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20일 제석초등 복구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상복구가 어려운 정도”라며 “전체 리모델링 수준으로 (복구)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불로 5층 규모 본관동 9800㎡가 반소되고 차량 13대가 전소됐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시꺼먼 그을음과 뼈대만 남았다. 부산일보DB 이 불로 5층 규모 본관동 9800㎡가 반소되고 차량 13대가 전소됐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시꺼먼 그을음과 뼈대만 남았다. 부산일보DB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지난 18일 오후 2시께 필로티 구조로 지은 5층 규모 본관동 1층 분리수거장 옆 창고에서 시작됐다. 이후 단열을 위해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한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사납게 타들어 간 불길은 학교 건물 9800㎡와 주변에 주차된 차량 19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2시간여 만에 꺼졌다.

경찰은 합동 감식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화인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나 고의로 불을 낸 인위적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흡연이나 자연 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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