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독자 71만 ‘크리에이터’ 나래솔이 각광받는 이유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입력 : 2024-04-17 11:34:30 수정 : 2024-04-17 15: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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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초청 내한
유튜버·피아니스트·작곡가 
부산서 캔들라이트 공연 
“클래식도 다양성 동반해야”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사진은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열린 ‘오픈 보더스’ 렉처 콘서트 장면.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사진은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열린 ‘오픈 보더스’ 렉처 콘서트 장면.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가 ‘상주 크리에이터’로 위촉한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크리에이터 나래솔(33·Nahre Sol)이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오픈 보더스’ 렉처 콘서트를 연 데 이어 부산서도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14일 오후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캔들라이트 오리지널 세션:나래솔’ 렉처 공연이 그것이다. 공연을 관람한 후 즉석 인터뷰를 요청했고, 스탠딩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나래솔은 유튜브에 클래식 음악을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거나 피아노 연주력을 향상할 수 있는 연습법 등을 담은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구독자가 7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이런 그를 통영국제음악제가 초청했고, 그 인연이 부산으로 이어졌다. “공연차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 일정이 끝나고 원래는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부산 공연을 위해 1주일가량 미뤘습니다.”

서울이 아닌 부산 공연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나래솔은 “부산에 사는 지인(마이클 최 작곡가)이 간곡히 요청한 덕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캔들라이트 공연을 진행한 글로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피버(Fever) 아시아본부 임연형 대표는 “공연 홍보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나래솔의 열정과 실력 있는 현악 4중주 팀 ‘리수스 콰르텟’이 함께한 오리지널 세션 프로그램을 부산에서 첫선을 보여 기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캔들라이트 공연 모습. 나래솔과 리수스 콰르텟이 앙코르 연주를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4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캔들라이트 공연 모습. 나래솔과 리수스 콰르텟이 앙코르 연주를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날 공연에서 나래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주로 시작해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과 바흐의 인벤션 4번을 각각 오리지널 곡으로 연주한 뒤 나래솔이 재해석한 곡으로 들려줬다. 또한 나래솔의 장기가 된 여러 클래식 작곡가의 양식으로 재해석한 곡 ‘고엽(Autumn Leaves)’과 ‘아이폰 벨소리’를 변주한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나래솔이 작곡한 오리지널 곡 ‘Anonymous Footsteps’ ‘쿠쿠 왈츠’ 등을 현악 사중주로 편곡해 선보였다.

아이폰 벨소리 변주곡을 들려주면서 나래솔은 “바흐, 슈베르트, 라벨, 피아졸라 등 이런 작곡가들이 살아 계실 땐 아이폰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잖아요. 그분들이라면 어떻게 곡을 만들었을까 상상하며 열심히 써 본 곡”이라고 소개했다. 리수스 콰르텟 연주로 들려준 나래솔 자작곡 두 곡은 마이클 최와 이지연 작곡가가 편곡했다. 1시간 남짓의 공연이었지만, 나래솔의 음악 세계를 잠깐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공연장에는 부산의 젊은 연주자, 작곡가도 일부 눈에 띄는 등 ‘크리에이터 나래솔’에 대한 음악인들의 관심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래솔이 관심을 끈 데는 클래식 음악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변주한 곡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바흐·베토벤·쇼팽·리스트·라흐마니노프 같은 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한 생일 축하 노래(Happy Birthday to You)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4년 전에 올린 이 콘텐츠는 조회 수만 204만 회에 달한다. 캔들라이트 공연 때도 사티의 짐노페디와 바흐 인벤션, ‘고엽’ 등을 여러 작곡가 스타일로 연주한 뒤 객석에 퀴즈를 냈는데 일반인도 어떤 작곡가 스타일인지 단박에 알아맞힐 정도였다. 이런 쏠쏠한 재미가 클래식 음악과 합쳐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 같았다.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사진은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열린 '오픈 보더스' 렉처 콘서트 장면.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사진은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열린 '오픈 보더스' 렉처 콘서트 장면.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무엇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아마도 이런 매력에 주목해 엘프 필하모니도 그를 ‘제1호 상주 크리에이터’로 초청한 것이리라. 전 세계 주요 공연장과 관현악단을 통틀어 상주 작곡가, 상주 연주자를 두는 경우는 많지만, 상주 크리에이터는 나래솔이 처음이다. 그는 올 연말까지 엘프 필하모니에서 상주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상주 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상주 크리에이터는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역할입니다. 음악당과 영상 협업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앙상블 음악을 써 주기도 하고, 저는 해설 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래솔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된 배경도 흥미로웠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아이디어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한 것들이며, 사람들에게 친숙한 선율과 오늘날의 주제를 활용해 (클래식 음악과의) 유사성이나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김은영 기자 key66@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상주 크리에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인 한국계 미국인 나래솔. 김은영 기자 key66@

마지막으로 나래솔에게 물었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유튜버, 크리에이터 등 여러 직함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불리길 원하는지. 그러자 대답했다. “음악가요! 그동안은 저도 좀 헷갈렸는데 그저 음악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게 피아노가 됐든, 작곡이 됐든, 영상이 됐든. 지금 이 시대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것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딱 한 가지 일로 고정한다는 건 저한테는 좀 힘들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2세로 태어난 나래솔은 줄리아드음대와 캐나다 토론토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2013년엔 해리엇 해일 울리 장학금을 수상해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거장인 나디아 블랑제와 프랑시스 풀랑의 제자 가브리엘 타치노와 나르시스 보네를 파리에서 특별 사사했다. 그는 피아노 독집 음반을 발표하고 ‘보스 베이비2’ 등 영화음악에도 참여했다. 음악가로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었던 그가 유튜브를 만나 새로운 길을 개척했듯, 앞으로의 변신도 기대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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