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 페스티벌과 가창력 논란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입력 : 2024-04-17 16:15:53 수정 : 2024-04-17 18:19:0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그룹 '르세라핌'의 공연 모습. 사진 출처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식 SNS. 그룹 '르세라핌'의 공연 모습. 사진 출처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식 SNS.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국내외 팝 음악 시장에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동의할 현재 최고의 화두는 단연코 '코첼라'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모이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로 매년 4월 무렵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의 사막 지역에서 열리는 북미권 대표 음악 축제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와 더불어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대형 페스티벌로 대중음악 관계자들에게는 '꿈의 무대'로도 불린다.


한국에서는 2019년 그룹 '블랙핑크'가 K팝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이후 블랙핑크는 지난해 아시아 출신으로 첫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선정돼 세계 시장에서 부쩍 높아진 K팝의 위상을 대변하기도 했다. 올해도 메인 스테이지 다음 규모의 서브 무대인 '사하라 스테이지'에 7년차 보이그룹 '에이티즈'와 데뷔한지 아직 2년이 안 된 걸그룹 '르세라핌'의 섭외 소식이 전해졌고, 팬들은 현장에서 전해질 온라인 생중계를 기대했다.


그룹 '에이티즈'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연 모습. AP연합뉴스 그룹 '에이티즈'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연 모습. AP연합뉴스
그룹 '에이티즈'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연 모습. AP연합뉴스 그룹 '에이티즈'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공연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2일 먼저 무대에 오른 '에이티즈'는 K팝 남성 그룹 최초로 코첼라에 온 이유를 증명하듯 약 60분 동안 밴드 연주와 어우러진 여덟 멤버의 역동적인 공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사신(청룡·백호·주작·현무)이 새겨진 깃발과 자개 무늬를 활용한 LED 영상을 비롯해, 강강술래와 사자춤 등을 활용한 퍼포먼스까지 한국의 전통문화를 곳곳에 녹여냈다. 월드투어를 통해 꾸준히 다져온 라이브 실력으로 K팝의 특징들을 잘 풀어내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외신의 반응이다.


반면 다음 날 '역대 한국 가수 중 최단기 입성'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같은 무대에 등장한 르세라핌을 향해서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혹평이 뒤따랐다. 미공개 신곡까지 선보이며 다섯 멤버가 쉴틈없이 약 40분의 공연을 우직하게 채웠지만, 국내에서부터 불거진 '가창력 논란'만 해외로 번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강점이라던 퍼포먼스 완성도마저 드러나지 못하면서, 증명이 필요했던 '야외 라이브 공연'에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됐을 뼈아픈 경험을 쌓으러 온 모양새가 됐다.


르세라핌 코첼라 무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르세라핌 코첼라 무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도 여러 비판을 의식한 듯 팬 커뮤니티에 일본어로 "누군가의 눈에는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고, 우리가 보여준 무대 중 최고의 무대였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무대에 선다는 게 어떤 건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고 무대를 소화하는 것인가?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것"이라는 항변성의 표현을 남겨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이고 말았다.


일부 전문가들도 퍼포먼스 위주의 K팝 공연과 라이브 콘서트 중심인 페스티벌의 관점 차이를 언급하며,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과도한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비난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들 역시 이번 사태가 소속사의 기획력 부족과 함께 모기업인 하이브의 K팝 산업 전략이 음악의 본질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마침 이날 공연 뒤에는 르세라핌 멤버들이 프랑스의 한 명품 브랜드에서 특별 제작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