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과연 금투세를 낼 수 있을까?

입력 : 2024-04-17 1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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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뒤 금투세 찬반 논쟁 재점화
찬성·반대 모두 일정한 논리 갖춰
오락가락 정부·정치권이 혼선 키워
합리적 논쟁 뒤 납득되는 결정 나와

북유럽 같이 흔히들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곳에선 자신의 수입의 절반 가까이 혹은 절반 넘게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선 수입이 원화로 1억 원 정도를 넘지 않으면 40% 가까이, 1억 원을 넘게 벌면 60%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덴마크 사람이라고 다들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가 그렇게 많은 돈을 개인에게 가져가더라도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많은 세금을 내는 걸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으니, 높은 세율에 저항감이 없을 것이다. 익숙해서 많은 세금을 당연히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지 익숙하다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금의 덴마크 사람들도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 넣어두고 높은 세율로 소득세를 걷으면, 대부분 반발할 것이다. 반대로 덴마크로 이민을 떠나 살게 된다면 어떨까. 처음엔 높은 세율에 당황하겠지만, 점차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차이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 정도인 것 같다. 나라가 비교적 공정하게 세금을 걷고 있고, 그 돈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쓸 것이라고 믿으면, 세금이 그리 아깝지는 않을 듯하다. 어떤 나라의 국민은 세금을 내면서 이 돈이 복지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어떤 곳에서는 운이 나빠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요즘 주식 투자자들은 걱정이 많다. 지난 총선은 야당이 압승했다. 그 결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여당 지지자든, 야당 지지자든 일단 주식 투자자라면 대다수가 일명 금투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일 것이다. 금투세는 그동안 사실상 세금 부담이 거의 없었던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수익이 5000만 원이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수익이 3억 원이 넘으면 25% 세율이 적용되는 게 골자다.

사실 주변에 주식 등으로 5000만 원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다수 투자자가 금투세에 부정적인 것은 몇 가지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도 주식으로 5000만 원 넘게 벌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금투세 대상이 되는 영광은 아무나 누리는 게 아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건 투자시장의 위축이다. 높은 소득세가 부과되면 큰 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날 수 있고, 가뜩이나 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거다. 시장이 위축되면 개인의 소득이 크든 작든 부정적 영향을 받고, 국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금투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들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일반 근로자의 소득세율보다 금융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 경제 구조 자체가 너무 불균형적이기 때문에 금투세로 소득세 부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준해 생각하면, 금투세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금투세가 투자자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것은 국가와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했고, 여야 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금투세 폐지로 방향을 잡았고,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 쟁점화가 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투자자나 증권사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투세를 준비하다가도 운이 좋으면 없던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니, 투자자들은 금투세 반대 논리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금투세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다가, 폐지 논의에 작업을 멈췄다고 한다. 이제 또 작업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적잖은 비용을 허비했다.

금투세 논란은 세금 문제에 있어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은 국가가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금투세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 세금의 필요성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국민에게 세금을 취지를 알리는 것보다, 상대당과의 힘겨루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쓰였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니 정책도 뒤집혔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선뜻 세금을 낼 수 있겠는가.

정치권에서부터 금투세를 정치적 도구로 쓰기 않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납득이 되는 논리로 폐지 여부를 결정하고 세율 등도 유지하거나 수정하기를 바란다. 충분히 합리적인 세금이라고 판단이 되면 금투세에 대한 저항은 줄 것이다. 만일 금투세가 유지되면, 이왕이면 다들 투자를 잘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낸 뒤 영광스럽게 금투세를 내기를 바란다.

김백상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장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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