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문턱 높은 부산, 유학생 안 온다

입력 : 2024-04-30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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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해외 유학생 9.7% 그쳐
수도권 외 충청·호남보다 적어
학위과정 인증대학 10곳 불과
졸업 후 머물 일자리 부족 영향

30일 오후 부산 남구 동명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30일 오후 부산 남구 동명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국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극복 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동남권에는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10명 가운데 1명 미만만 동남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은 15세 이상 유학생 거주지는 수도권이 49.3%로 가장 많았다. 동남권은 9.7%에 그쳐 13.8%를 기록한 충청권이나 12.8%를 기록한 호남권보다도 상주 유학생이 적었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학사,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한 유학생(D-2)비자 또는 한국어학당에 다닐 수 있는 일반 연수(D-4) 비자로 한국에 체류한다. 김태경 동의과학대 국제협력처장은 “비자 발급 업무는 지역 출입국외국인청이 담당하는데, 부산 출입청은 D-4 비자 발급률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비자 심사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인증대학’이 부산에 적다는 점이 비자 발급률이 낮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에는 학위과정 인증을 받은 인증대학이 134개 있는데, 그중 부산 대학은 10개에 그친다. 우수 인증대학은 전국 18곳인데 부산에는 부산대 단 1곳 뿐이다.

졸업 후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점도 부산을 찾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부산외대 권선희 국제교류처장은 “부산에 일자리가 적다 보니 수도권을 찾는 유학생들이 많고, 여의치 않을 경우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 등을 희망해 부산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일자리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에 따르면 유학생 중 취업구직 비자 전환률은 2024년 기준 22%에 그친다.

이문석 부산대 국제처장은 “지산학 협력 체계를 갖춰 유학생들이 공부를 마치면 부산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

지역 대학들이 투 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중심대학은 해외 인재들이 찾을 전문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취업중심대학은 언어 교육과 한국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 부경대 국제교류본부장은 “아시아의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를 모델 삼아 연구중심대학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늘리고, 분야별 전문성을 키워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국제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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