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크기, 질, 공급량이 달라지는 상품이 있다. 바로 ‘생선’이다.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가격도 달라진다. 많은 변수를 고려해 단번에 생선 가격을 짚어내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의 ‘경매사’다. 조업구역에 따른 선도, 그 날 잡힌 전체 생선의 양, 생선을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부녀반의 성향, 생선를 싣고 온 배의 상태, 그날 경매에 참여하는 중매인의 판매처 등 생선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수십 가지의 변수가 있다. 경매사가 판단해 첫 가격인 호가를 부르면, 중매인들이 수신호로 가격을 제시한다. 데이터보다 경매사의 머리가 빠르고 정확하다. 경매사의 노하우가 전국 생선의 가격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일하는 직원 성향부터 배 상태까지
경매사는 어시장에 소속된 직원으로, 경매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만 경매를 이끌 수 있다. 현재 6명의 경매사가 일하고 있다. 경매사의 일과는 경매가 시작하는 오전 6시보다 한 시간 빨리 시작된다. 잡힌 어종과 수량이 적힌 ‘어황속보’를 확인하고, 크기·어종별 작업이 끝난 위판장에 나가 생선을 직접 만져보며 선도를 파악한다. 어시장의 주 어종은 ‘고등어’다. 제주 근해에서 잡힌 고등어가 선도가 가장 좋다. 경매사들은 그날 입항한 선사들의 조업구역 번호를 확인한다. 고등어 안에 고등어가 먹은 먹이가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부패가 빨리 진행된다. 그래서 실제 배를 갈라서 먹이가 남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특히 고등어의 모양과 단단함의 정도가 선도의 바로미터다. 이진남 경매사는 “생선 배나 지느러미 쪽이 붉게 올라와 있는 것들이 지방이 많을 확률이 높다”라며 “선도가 좋지 못한 고등어의 눈은 충혈된 것처럼 핏기가 올라온다”라고 말했다. 선사에 소속된 인력들의 작업 스타일도 어가에 영향을 미친다. 어시장에는 크기와 어종을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야간 부녀반’이 있다. 고등어의 크기는 1~7단계로 분류된다. 수작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해진 크기보다 크게 담길 수도 있고 적게 담길 수도 있다. 각 선사에 소속된 부녀반이 어떻게 담는지가 경매사들의 주된 관심사다. 김대회 경매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수십 년간 이곳에서 일한 부녀반들이기 때문에 담는 스타일이 잘 변하지 않는다”며 “많이 담는 스타일을 가진 부녀반이 작업한 생선은 어가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각 선사 부녀반을 파악하는 게 필수다”고 말했다.
생선을 싣고 오는 배의 상태도 어가에 영향을 미친다. 생선을 담아 오는 운반선이 저온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매사들은 선사와 소통을 통해 이미 배에 대한 정보도 파악하고 있다.
■중매인 85명도 다 안다
중매인은 전통시장, 마트, 수출 등 다양한 판매처를 가지고 있다. 특히 마트나 수출의 경우 대량으로 경매 초반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세를 높게 부른다. 어시장에 소속된 중매인은 이달 기준 85명으로, 경매사들은 각각의 판매처를 모두 알고 있다. 중매인들의 판매처는 곧 수요이기 때문에, 판매처를 알게 되면 그날 적정 어가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식문화 트렌드도 어가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이다. 가장 큰 고등어 크기인 ‘소고’의 경우 최근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방식의 ‘오마카세’ 고급 일식집에 잘 나간다. 김대회 경매사는 “가장 큰 고등어의 경우 한 상자(20kg) 기준 비싸게는 70만 원까지 나간다”며 “이런 곳에 납품하는 중매인들의 경우 시세 상관없이 높게 부르기 때문에 해당 중매인을 파악해 놓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성어기 때 많게는 6만 상자가량을 팔아야 하는 경매사의 입장에선, 중매인의 성향도 빠른 경매를 위해 알아둬야 한다. 중매인마다 부르는 가격의 상향선이 있다. 뿐만 아니라 경매사가 유도하는 경우 손을 쉽게 내는 중매인이 있는가 하면, 손을 잘 내지 않는 중매인도 있다. 혼자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납품하는 양이 적어 여러 명이 나눠서 사고 싶어 하는 중매인도 있는데 경매사는 이를 오랜 노하우로 파악하고 있다. 이진남 경매사는 “경매의 핵심은 선도다. 빠르게 이 많은 생선을 팔려면 어떤 생선을 어떤 사람이 사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이~’ 경매 신호의 비밀
경매사는 경매를 알리는 ‘종’을 흔들며 중매인을 모은다. 중매인들이 생선을 사이에 두고 경매사의 맞은편에 서서 자리를 잡으면 비로소 경매가 시작된다. 이때 경매사 ‘어이~’ 하는 신호로 시작을 알린다. 그러고선 최초 가격을 부르고 중매인들이 손을 내면 그 중매인을 가리키면서 가격을 낙찰시킨다.
노랫소리에 가까운 경매인들의 신호는 경매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다. 80여 명의 중매인들이 내는 가격을 또박또박 하나하나 부르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김대회 경매사는 “일반인들이 들으면 알아듣기가 어렵다”며 “경매의 분위기를 띄우고 가격을 빠르게 읊기 위해 리듬을 타듯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