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8 전투기·호크아이’ 탑재… 부산 입항한 항공모함 ‘루스벨트’ (종합)

입력 : 2024-06-22 23:13:44 수정 : 2024-06-23 17: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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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작전기지로 첫 입항
항공기 넣어둔 격납고 언론 공개
한미일 훈련 ‘프리덤 에지’ 앞둬
“북한 러시아 결속 대응은 아냐”
‘루스벨트’ 지휘·통제 역할 맡아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는 F-18 전투기 뒤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는 F-18 전투기 뒤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22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22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부산에 입항하며 처음으로 한국에 정박했다. 한국·미국·일본이 새롭게 펼칠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미군 측은 “북한과 러시아 결속에 대한 대응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루스벨트함을 주축으로 훈련을 전개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오후 2시 30분께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산 앞바다에 정박한 루스벨트함에 오르자 ‘제2격납고’가 나타났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 등장하는 ‘F-18 슈퍼 호넷’ 전투기가 가운데에 있었고, 한쪽 끝에는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여러 대가 눈에 띄었다.

F-18 앞에서 만난 한 미군은 “루스벨트함은 F-18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 54대, 헬리콥터 12대, 호크아이 3대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9만 7000t급인 이 항공모함 비행갑판 등에 더 많은 항공기가 있다는 뜻이다. 길이 332.85m, 비행갑판 폭은 76.8m인 루스벨트함은 ‘떠다니는 군사기지’에 비유된다.

22일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던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던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사진공동취재단
루스벨트함 격납고에서 22일 미국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과 한국 이재섭 준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루스벨트함 격납고에서 22일 미국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과 한국 이재섭 준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제9항모강습단이 이끄는 루스벨트함은 22일 오전 이지스 구축함인 할시함, 다니엘 이노우에함과 부산작전기지에 도착했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국을 찾은 건 지난해 11월 칼빈슨함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루스벨트함은 이번 방문이 처음이다.

국내외 기자들을 초청한 미국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준장)은 “3개 함정 승조원 6000여 명이 부산에서 보낼 시간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며 “최우선 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과 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루스벨트함 브라이언 슈럼 함장(대령)도 “부산에 온 건 처음인데 한국 문화와 음식이 기대된다”며 “아침에 입항할 때 환대해 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해군작전사령부 이재섭 해양작전본부장(준장)은 “호국 보훈의 달과 6·25전쟁 주간에 부산을 방문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한미 해군은 북한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전략 자산 전개를 통해 확장 억제 실현력을 높이려 한다”며 “오늘 우리가 함께 서 있듯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연합 방어 태세를 공고히 할 것”이라 밝혔다.

22일 미국 해군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미국 해군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는 항공기와 업무 중인 미군.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루스벨트함 격납고에 있는 항공기와 업무 중인 미군. 사진공동취재단

루스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이 조만간 실시할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투입을 앞두고 부산에 입항했다. 세 나라가 처음으로 전개할 ‘프리덤 에지’는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롭게 펼쳐질 공동 군사훈련이다. 이달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3국 국방장관이 올여름 처음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알렉산더 단장은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하는 ‘프리덤 에지’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며 “전술적 능력과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돌발 상황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 결속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덤 에지’를 진행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알렉산더 단장은 “몇 달 전부터 계획해서 실행하는 정례적인 훈련이자 작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그들의 결속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라며 “70년 넘게 이어진 한미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도 “기존 한미일 3자 훈련은 해상 영역에 훈련이 집중됐는데 이달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자고 논의가 됐다”며 “이번에는 해상뿐 아니라 수중, 공중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 비행갑판. 정대현 기자 jhyun@ 22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 비행갑판. 정대현 기자 jhyun@
22일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내린 장병들이 비를 맞으며 부산 시내로 외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내린 장병들이 비를 맞으며 부산 시내로 외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럼에도 한국·미국·일본은 이번 군사훈련으로 북한과 러시아 등에 강력한 경고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평양에서 회담을 연 뒤 “두 나라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양측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는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상태다.

루스벨트함은 미국 전략 자산이 지닌 강력한 전력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알렉산더 단장은 “루스벨트함은 이번 훈련을 지휘, 통제하는 함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와 협력해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는 “(적 잠수함에 대응하는) 대잠과 (공중 전투기 폭격에 대응하는) 방공을 포함한 다양한 훈련 종목이 있다”며 “모든 훈련이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루스벨트함이 부산에 정박하는 동안 한국과 미국 해군은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군 홈페이지에서 견학 신청을 받아 23일에는 항공모함 공개행사도 연다. 22일 루스벨트함 격납고에서 만난 조셉 김 대위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루스벨트함 군수장교로 복무 중인데 한국에 와서 너무 기쁘고 좋은 기회인 듯하다”며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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