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20위권 종합건설업체 2곳이 잇달아 부도(부산일보 5월 7일 자 1면 보도)난 데 이어 시공능력평가액 400억 원 규모의 지역 종합건설업체도 부도 처리됐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부산 종합건설업체 부도로 지역 업계는 줄도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A 건설사가 지난 25일 당좌거래정지 명단에 오르며 부도 처리됐다. 중소형 주택 건설회사인 A 건설사는 2014년 설립됐고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400억 원가량이다.
A사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도시형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을 주로 공급했다. 젊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서면과 대연동 등 부산 도심을 중심으로 업체 이름을 알렸다. 이번 A사의 부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도급 대금 지급 등과 관련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부산에서는 2곳의 종합건설업체와 2곳의 전문건설업체에서 부도가 났다. 이번 A사의 부도로 부도난 종합건설업체 숫자는 3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 지역 중견 건설사인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은 지난달 부도 처리됐다. 남흥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790억 원 규모로 부산에서 상위 25위, 전국 307위를 차지했던 업체다. 익수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705억 원 규모로 부산 29위, 전국 344위를 기록했다.
실제 부산 건설업체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 지역 1개 건설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는 모두 지난해 말 기준 공사 미수금이 직전 연도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부채 비율이 늘어나고, 연체율도 비은행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 금융기관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66%에서 지난해 말 1.79%로 올랐고,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에서의 대출 연체율은 2.37%에서 4.34%로 상승했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기준 3222가구로 지난해 2분기 1267가구보다 154.3%나 증가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부산 지역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3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3조 5000억 원)에 비해 5.7% 감소했다. 인천의 경우 건설공사 계약액이 6조 3000억 원을 기록해 부산을 크게 앞질렀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서 부도가 난 2곳의 업체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업계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적지 않다”며 “올해 부도난 업체 14곳 가운데 서울 업체는 1곳뿐이다. 지역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많은 지역 업체들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여파나 미수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줄도산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나서 관급 공사를 조기 발주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지역 업계를 살리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