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분양 11년 만에 최악… 계약 0건 단지도

입력 : 2024-07-03 19:30:00 수정 : 2024-07-03 20: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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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분양 주택 5496세대 달해
2013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
수영구 단지 전 가구 계약 안 돼
원자잿값 상승 따른 고분양가 탓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미분양 주택이 5500세대에 육박하며 11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일부 신축 아파트는 계약 물량이 한 건도 없어 단지 전체가 미분양으로 분류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처참히 붕괴된 지역 분양시장이 쉽게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496세대로, 지난해 같은 달(2892세대)에 비해 90% 이상 증가했다. 3월과 4월 모두 매달 미분양이 1000가구씩 차곡차곡 쌓이며 2013년 4월(6131가구) 이후 11년 1개월 만에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이 최대치를 경신했다.

구·군별로는 남구(1241세대)와 기장군(814세대), 사상구(549세대), 부산진구(531세대), 금정구(453세대) 등의 미분양 주택이 많았다.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역시 전월 대비 171세대 늘어난 1308세대를 기록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준공이 났음에도 단 한 세대도 계약이 되지 않은 채 단지 전체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을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올 초 분양한 수영구의 한 아파트는 5월 기준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300세대 가까운 단지가 전부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지난 4월 분양한 사상구의 한 80세대 규모의 아파트 역시 가구 수 전체가 미분양 물량으로 잡혔다. 5월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은 최근 분양한 기장군의 한 대단지 아파트의 절반가량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해 미분양으로 분류된 영향이 크다.

게다가 이 같은 통계는 전적으로 시공사의 자발적 신고에 기반해 작성된다. 미분양 물량 신고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사업장에서 자료를 내지 않거나, 속여서 제출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실제 미분양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대다수가 1순위 청약에서 분양을 마감하지 못했고, 무더기 미달 사태마저 벌어졌다. 입지와 브랜드가 우수한 일부 아파트들은 간신히 청약 신청자가 분양 물량보다는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해 ‘완판’은 너무나도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핵심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다. 입지와 브랜드 등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분양가가 평(3.3㎡)당 3000만 원을 쉽게 넘나들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 지역 평당 최고 분양가가 3200만 원대(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였으나, 올해 분양을 앞둔 일부 해안가 아파트는 분양가가 4000만 원 중반을 넘나들 거란 전망이 확정적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준신축이나 구축 아파트들의 매매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해 분양가와 엇비슷해지는 지점까지 고분양가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분양시장의 어려움도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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