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던 지역 부동산 PF 시장, 탄핵 유탄 맞고 KO ['환율·탄핵' 위기의 부산경제]

입력 : 2025-01-08 18: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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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무너지는 건설업

지난해 부도 업체 6곳 전국 최다
투자 의향 큰손은 씨가 마른 상황
철근 등 원자잿값도 환율에 폭등
분양가 급등 불가피 주거난 초래
공급 부족에 전세가 끝없는 상승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탄핵 정국의 혼란으로 부산 건설·부동산업계가 궁지로 몰리며 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의 아파트 단지. 김종진 기자 kjj1761@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탄핵 정국의 혼란으로 부산 건설·부동산업계가 궁지로 몰리며 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바라본 부산 도심의 아파트 단지. 김종진 기자 kjj1761@

“돈 있는 투자자들이 이제 지방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돈맥경화’로 신음하던 지방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들이 이대로면 줄줄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부산의 한 시행사 대표 A 씨는 본 PF 전환이 지연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줄곧 하락세를 걷던 지방 건설 경기에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은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금융 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을 옥죄면서 건설·부동산업계는 돈줄이 마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빚더미에서 허덕이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설·부동산업 기업들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512조 3000억 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고, 대출 규모를 고려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수치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 역시 각 8.94%, 6.85%로, 2015년 1분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건설업 공사 실적은 7개월째 줄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 달 동안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0.2% 줄면서 7개월 연속 감소했다.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 지속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올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원달러 환율 급등은 건설업을 궁지로 내몬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 핵심 원자재 수입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되면 공사비가 올라 이익률이 급감해 건설현장들은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다.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건설사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전국에서 부도가 난 업체는 모두 27곳이었는데, 서울 업체는 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이었다. 이 중 부산 건설사는 6곳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이 부도가 난 오명을 썼다.

지방 건설업 종사자 역시 큰 폭으로 감소 중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지역 건설업 취업자는 1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 1000명 줄었다. 2년 전에는 건설업 종사자가 17만 5000명에 달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4만 5000명이나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올해도 크게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 악화로 중견 건설기업의 영업 손실이 커지고 있으며, 지역 중소 건설기업은 부도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부도나 폐업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뿐이지 밀린 임금을 줄 수 없어 사실상 경영에 손을 놓고 있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환율 불안에 정치적 혼란으로 신규 투자가 위축될 게 뻔한데, 지역 건설사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심각한 침체는 서민 주거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도 연일 고공행진 중인 분양가는 공사비 급등 문제로 앞으로는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다 신규 투자의 씨가 말라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면 ‘공급 절벽’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5개 주요 시공사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전국 14만 6130세대인데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다. 부산의 경우 올해 입주 예정인 신축 아파트는 9110세대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게다가 탄핵 정국 탓에 지방 부동산에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는 실수요자들의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부산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반면 매매가격은 0.04% 하락해 2022년 6월 이후 상승 전환 없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누적 2.82% 하락해 세종(-6.47%)과 대구(-4.99%)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산 경제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환율 폭등, 정치 혼란, 공사비·분양가 인상, 공급 절벽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서민들의 주거난이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역 건설·부동산 업계가 완전히 고사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핀셋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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