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피격, 정치 양극화한 국내도 남의 일 아니다

입력 : 2024-07-15 05:12: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민주주의 파괴하는 반사회적 범죄
대화·타협으로 정치 문화 개선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으로 다쳤다는 소식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AFP연합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으로 다쳤다는 소식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AFP연합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중 총격을 당하면서 테러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피격 사건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국면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총알이 관통해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등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계인들은 평화로운 선거 유세에서 벌어진 ‘정치 테러’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덴마크 정상 등 주요 정치인들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른 가운데 미국에서마저 대선 후보에 대한 총격이 발생한 것에 경악하고 있다.

정치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민주주의를 멍들게 하는 반사회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아직 총격을 가한 범인의 배후와 의도가 규명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정치 폭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지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정치권 전체에 근본적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치 팬덤과 분노에 의존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도를 넘은 비난을 퍼부은 것이 원인이라는 비판론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갈등과 혐오의 정치 문화가 정치 테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잇따른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대한 대중의 증오를 조장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혐오의 정치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와 SNS·유튜브 등에선 상대 진영이나 뜻이 다른 정치인에 대한 폭력·비하성 글과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부터 올 4·10 총선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 힘 의원 피습, 원희룡 총선 후보 후원회장 이천수 씨 드릴 협박 사건까지 잊을만하면 정치인 관련 테러 사건이 벌어지는 이유다. 더 큰 걱정은 국내외 대형 선거를 앞두고 모방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강력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멈추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권이 극단적인 대결로 일관하면, 민주주의의 미래가 어두울 뿐이다. 자극적인 언동으로 강성 지지층을 선동하는 정치인들은 스스로 정치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와 분노를 퍼붓는 행태가 바로 정치 테러의 자양분이다. 혐오와 분노의 정치에는 안전지대가 없다. 정치권 모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여야 지도자들이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